그리고 '역시 원더우먼은 없다'까지
오늘의 글쓰기는 오늘의 일기. 오늘 하루를 흘려써본다.
어제 밤에 2025년의 첫 글을 쓰고 잠이 들었다. 오늘 아침 역시 나보다 먼저 일어난 아이들이 밖에서 사부작대는데도 나는 밍기적거리며 일어나지 않았다. 감사하게도 신랑이 먼저 일어나 아이들을 케어해주었고 아빠의 말을 잘 듣고 아침 일과를 잘 보내는 아이들 덕에 나는 다시 눈을 감고 사치스럽게도 휴일 오전을 꿀잠을 잘 수 있었다.
신정을 맞이하여 아이들과 다 같이 할머니 댁으로 가서 떡국을 먹기로 하였기에 점심시간에 맞추어 일어나 씻고 다같이 출발하였다. 가는 길에 케이크도 함께 마실 음료도 구입하여 신나게 할머니집에 가서 함께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은 후, 신년 운세를 점쳐보자며 식탁에 앉아 전통문양 맞추기 놀이도 했다. 올해 운은 어머님이 제일인 걸로, 그리고 아버님, 그 다음은 나. 우리 신랑이 제일 안 좋았다. 신랑의 운을 나누어 가지는 건가? 괜찮아, 여보. 우리는 가족이니까 우리가 지켜줄게.
그리고 사온 케이크로 올해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고 촛불도 후~ 불고 나눠먹고 '새해복많이받으세요.' 인사하고 할머니 집을 나왔다. 우리의 목적지는 서점. 새해 첫 날의 첫 가족나들이가 서점이라니. 우리 좀 변했다? 일산 알라딘 중고서점 앞으로 지나가는데,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 분향소'가 보였다. 서점에 가기 전에 잠시 들러 아이들과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 마음이 먹먹했다. 헌화하는 곳에 놓인 인형들과 소주 몇 병에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원래의 목적지였던 서점에는 새해 첫 날이었지만 사람이 많았다.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 단위의 손님이 많았다. 다들 멋지십니다. 우리 가족도 그렇게 서점을 즐기고 싶었지만 어제 늦게 잠든 아이들의 체력이 책에 대한 집중력을 순식간에 흐트러트렸고 얼른 집에 가자며 재촉하기 시작했다. 결국 서점나들이는 제대로 즐기지 못했고, 엄마아빠만 한손에 한권씩 책을 구입하여 서점을 나섰다. 얼큰한 김치찌개로 새해 첫 저녁을 해결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오빠는 아빠와 지독한 공부(?)를 시작하고 엄마와 딸은 독서를 시작했다. 비록 학습만화이지만 집중해서 보는 딸이 너무나 기특하고 같이 책상에 앉아 이런 시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참 뿌듯했다. 2025년 첫 시작이 좋구나. 아빠와 아들의 지독한 공부가 끝이 났다. 씻고 양치하고 잘 준비를 하는 동안 엄마도 읽던 책을 내려두고 오늘의 글쓰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아빠는 설거지를 한다. 와, 너무 행복하다. 2025년 시작이 좋다.
(이 문장을 씀과 동시에 화장실에서 오빠와 동생이 세면대 앞에서 양치물이 튀었다며 서로를 향해 이름을 부른다. 평화는 잠시인가.)
독서기록으로 이어가는 오늘의 1일 1글쓰기.
2025년 첫 책. '원더우먼은 없다'. '엄마'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시선을 담은 네 가지 단편동화이다. 박선화 작가님의 <우렁각시는 파리에 갔다>, 조영서 작가님의 <닉네임은 흥데렐라>, 윤정 작가님의 <원더우먼은 없다>, 김정미 작가님의 <도깨비터 떡복이집>의 네 가지 단편동화로 엮은 책이다.
다시 '나'로 살고자 하는 엄마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시선. 이해를 하기도, 질투를 하기도, 응원을 하기도 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읽은 나 역시 엄마이기에 우리 아이들도 나를 이렇게 봐주겠지 하며 자신을 얻게 되었다. 새 시작을 다짐하는 이 시점에 '나'를 위한 시간을 더 갖고자 계획하는데 망설이지 않아도 되겠지 라며 힘을 얻었다.
그리고 오늘 서점에서 집어 온 책. '나도 모르게 생각한 생각들; 그냥, 무심코 떠오른 생각들이랍니다.' 그림책으로 더 많이 접한 요시타케 신스케의 책이다.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림책 작가인 요시타케 신스케가 평소에 그린 스케치(메모그림)에 해설을 한 것들을 모아놓은 그림에세이이다. 제목이 확 끌려서 구입하게 되었다. 목차를 보는데 목차 제목 역시 재미있다. '이 고독감은 분명 뭔가에 도움이 된다.', '당신 덕분에 나는 마침내', '나무리 나이가 들어도 그때의 내편이 되어' 세상 모든 일은 졸리기 전까지' 등의 목차 제목을 보는데, 과연 이 제목으로 무슨 그림이, 무슨 글이 적혀있을까 너무 궁금하다. 이 제목으로 먼저 내가 글을 써볼까 그리고 작가의 글, 그림과 맞대어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아직 책의 본문을 펼쳐보지 않았다.
아이들이 잘 준비가 끝났다. 나를 찾기 시작했다. 기분좋게 첫 날 밤을 맞이하기 위하여 아이들에게 돌아가야겠다. 음, 역시 원더우먼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