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까. 나의 이야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들의 모음이다. 그리고 그 개인적인 일상에서 오는 이야기는 솔직하고 진실되게 쓰고자 한다. 내가 하는 상상들도 마찬가지이다.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나의 상상은 내가 나의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을 담고 있다.
나의 이야기가 잘 쓰인 글이 되려면 이런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닿았을 때 그들에게도 '나의 이야기'가 되는 그런 마법같은 이야기가 되었을 때가 아닐까 싶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감하며 이야기 할 수 있는 소소한 행복들, 남들은 이해할 수 없는 나만이 느낄 수 있는 소소한 행복들. 나에게만 허락된 나만의 행복모먼트이다. 하지만 나의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가 나의 행복모먼트를 통해 '그들 자신만의 행복모먼트'를 떠올렸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 생각으로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이것이 내가 글을 쓰고 글을 어딘가에 발행하고 업로드하며, 언젠가 출간을 꿈꾸는 이유이다. 나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나의 정서를 공유하고 싶은 이유이다.
그래서 오늘 또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공유한다. 나의 행복모먼트를 공유한다. 내 글을 읽고 있을 당신의 개인적인 행복모먼트도 궁금하다. 나의 이야기를 읽으며 당신도 행복하길 바란다.
01. 찬 바람이 느껴질 때 찾게 되는 따뜻한 스팀우유가 가득한 바닐라라떼 첫 모금
나는 '얼죽아 파'이다. 한 겨울인 지금도 얼음 한 가득한 아이스 아메라카노를 쪼옥 쪽, 아니 쭈욱 쭉 빨아 마시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런데 갑자기 나만이 아는 어떤 시점에 나의 손가락이 제멋대로 움직인다. 출근 전 들린 단골 커피숍 키오스크 앞에서 습관처럼 움직이던 손가락이 갑자기 멈칫한다. 내 눈이, 손가락이 다른 것을 찾기 시작한다.
올해도 왔구나, 피식 웃으며 달달할 나의 커피를 기다린다. 그렇게 받아든 한 잔의 커피. 스팀우유거품에 갇힌 달콤한 향기, 바닐라 향. 혹여나 뜨거울까 호록 숨과 함께 입에 들어온 바닐라 향 머금은 라떼 한 모금에 왠지 오늘 하루는 왠지 행복한 일로만 가득 할 것 같다.
나만 그런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출근하는 걸음걸이는 힘차다. 씩씩한 걸음걸음으로 활기차게 걸어들어간다. 오늘 하루도 화이팅! 을 외치는 듯 그렇게 출근한다. 그런데 따뜻한 바닐라라떼를 들고 출근하는 이 같은 날은 정신을 깨우는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한발 한발 조심스레, 계절을 눈으로 코로 찾으며 여유를 부리게 된다. 오늘은 조금 늦어도 괜찮아.
02. 스윗한 아들의 외침, "엄마, 사랑해"
우리집 남자는 스윗하다. 내가 잘 못하는 사랑의 표현을 아낌없이 해준다. 이 때의 우리집 남자는 아들이다. 오해없길. 학교정문까지 또는 학원 입구까지 함께 발맞추어 걸어가 데려다 주고 헤어질 때, 문안으로 사라지는 아이를 보고 등을 돌렸는데 갑자기 뒤에서 들리는 외침. "엄마! 사랑해!" 다시 뛰어나와 나를 불러 해맑게 인사하고 돌아들어간다. 내 귀에만 들리는 음성지원. 아들이 들어간 문을 잠시 더 지켜본다.
03. 질 수 없다, 스윗한 딸의 속삭임, "엄마, 사랑해"
우리집 또다른 쪼꼬미도 역시 스윗하다. 사실 아빠한테 아주 매력통통 애교가 철철이라 상대적으로 나에겐 그 강도가 덜한데, 한 번 씩 나를 남몰래 미소짓게 하는 순간이 있다. 내가 침대에서 아주 살짝 단잠을 즐길 때이다. 나는 단잠을 즐겨야 하고 아이는 놀아야 한다. 그럼 아이는 쿨하게 침대와 이불에 나를 양보하고 불도 꺼주고 문도 닫아준다. 그렇게 살짝 잠에 빠져들려고 할 때 문이 스르륵 열리고 누군가 들어오는 기척이 들린다. 애써 모른 척 자는 척 눈을 감고 있는데 아이가 다가온다. 이불을 톡톡 두드려주고 내 귀에다 "잘 자, 엄마. 사랑해." 속삭이곤 호다닥 방문을 닫고 나간다. 그 속삭임이 자장가가 되어 더 달콤한 잠에 빠져든다.
04. 이쯤 되면 서운하려나, 옛다. 그대도 끼워준다. 남편이 선물해주는 깨끗한 싱크대
우리 집 또다른 남자도 나보다는 확실히 스윗하다. 그건 인정. 하지만 내가 나보다 스윗한 이 남자에게서 행복한 순간을 찾는다면 그건 애정을 표현하는 순간보다는 실무를 해줄 때. 바로 집안일을 해줄 때가 아닌가 싶다. 스윗한 딸의 자장가를 듣고 개운한 단잠을 자고 일어나 물 한 잔 마시러 부엌 냉장고를 열었을 때, 내 시야에 얼핏 느껴지는 반짝반짝한 기운. 주말 아침 점심을 먹고 쌓아둔 설거지 거리가 없다. 비록 거실과 식탁 위는 아이들의 놀잇감으로 너저분하지만 깨끗한 그 은빛 싱크대를 보는 순간 개운함에 행복감까지 더해진다.
05. 형광등 스위치를 누르는 순간, 딸칵 하는 소리와 함께 찾아오는 어둠과 적막. 하루 마감
오늘 하루도 무사히 끝났다. 안도감일까. 후련함일까. 내일은 내일의 하루가 다름없이 시작되겠지만 지금부터 잠들기 전까지의 고요와 어둠은 나에게 에너지를 채워준다. 그래서인지 그 딸깍 소리와 함께 찾아오는 고요의 시작, 그 순간이 하루 중 내가 사랑하는 찰나가 아닐까.
이 어둠 속에서 무엇을 할 지 머리를 굴리는 설렘의 순간. 냉장고 문을 열어도 좋고, 리모컨을 찾아 눌러도 되고, 노트북 전원 버튼을 눌러볼까, 책 한 권을 집어 들까 생각도 하고. 아니면 그냥 폭신한 침대에 누워버려도 물론 좋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아직은 외출까진 무리지만) 할 수 있는 이 시간의 시작. 무엇을 할지 고민을 시작하는 그 찰나의 순간. 내가 사랑하는 하루 마감의 순간이다. 하루의 마감이자 시작의 시간.
이 외에도,
절반 이상 버릴지언정 따서 마시는 시원한 캔맥주의 짜릿함(사실 나는 첫 모금에 500ml의 절반 가까이 사라지게 할 수 있는 사람이다.)
하루 글쓰기의 마지막 문장을 쓰고 나서 누르는 Enter키가 내는 경쾌한 탁 소리
길을 걷다 바람을 타고 날아온 어떤 향기에 떠오르는 기분 좋은 장면들(커피향을 맡고 떠오르는 커피 한 잔, 고소한 빵내음을 맡고 떠오르는 갓 구운 빵, 알지 못하는 꽃이 보내온 향기에 상상해보는 꽃 한 송이 등)
행복하려면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는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 나는 오늘도 행복하다.
어떠한가. 나의 이야기에 '나의 이야기'를 찾을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2,3,4번은 묶어서 가족 이야기 하나로 쓸 수도 있지만 일단은 개인적인 나의 이야기니까 괜찮다. 그렇지만 읽으면서 '결국에는 보편적일 이야기'를 끌어내보시길. 그리고 그 속에서 행복함을 느껴보시길 간절히 바란다. 그럼 오늘 나의 글은 잘 쓴 글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