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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세의 가출 ver. FA

무서운 그녀들의 싸움, 후덜덜

by 늘해랑



오늘은 기억에 남을 만한 하루였다. 우리 집 막내딸이, 만으로 일곱 살이 되는 딸이 집을 나가겠다고 선언한 날이니까.


평소에도 딸의 기질은 알고 있었지만, 오늘만큼 강렬했던 날은 없었던 것 같다. 우리 가족의 두 아이는 정말로 다르다. 첫째 아들 녀석은 조곤조곤한 성격으로 대화가 잘 통한다. 설득이 되고, 합리적으로 이야기하면 수긍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둘째는 감정이 우선인 아이로, 어떤 일이든 본인의 속상한 감정을 먼저 풀어야 한다. 감정이 진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대화도, 논리도 통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아이답고 귀엽지만, 가끔은 이렇게 예상치 못한 상황이 펼쳐지기도 한다.


오늘 저녁, 둘째가 엄마에게 혼이 났다. 해줄 수 없는 요구를 계속 고집하며 징징거리다가 결국 엄마의 단호한 목소리를 들었다. 이 집에서 제일 큰 목소리의 소유자는 아내다. 아이가 놀란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화를 내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다. 울다 말고 벌떡 일어나더니 성큼성큼 현관으로 걸어가더라.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띠리리리"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다음은 "쿵" 닫히는 소리. 둘째는 그렇게 집을 나갔다.


순간 아내와 눈이 마주쳤다. 우리 둘 다 무슨 상황인지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이어서 나는 첫째 아들과 눈을 마주쳤다. 식탁에 앉아 수학문제를 풀고 있던 첫째는 조용히 문제집을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무언가 이상 기류를 감지한 것이었다. 나는 곧바로 움직이고 싶었다. 겨울바람이 얼마나 매서운데, 외투도 없이 나간 딸이 걱정되었다. 하지만 아내는 소파에서 엉덩이도 떼지 않은 채 나를 말렸다. "현관문 바깥 상황부터 보자"는 것이었다. 아내의 눈빛은 냉철하고 단호했지만, 그 속에는 어쩐지 잔인한(?) 여유가 느껴졌다. 한때 마냥 해맑고 다정스러웠던 그녀가 이제는 이런 매서운 엄마가 되다니. 그 시절의 그녀에게 이 모습을 보여줬다면 과연 믿었을까 싶다.


하지만 나는 이 추위에 아이를 혼자 두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결국 아내의 만류를 뿌리치고 나가보니 딸은 다행히 멀리 가지 않았다. 비상구 앞에 쪼그리고 앉아 울고 있었다. 마음이 짠했다. 딸을 안아 올리며 안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안으로 들어온 딸은 여전히 울고 있었다. 하지만 아내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딸은 엄마의 무관심에 더 화가 났는지 다시 나가겠다고 떼를 쓰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내가 매정하게 말했다. "나가고 싶으면 나가도 돼. 대신 외투 입고 나가." 딸이 요구했던 일은 들어줄 수 없는 일이었고, 그런 행동으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던 아내의 의도였다. 아내의 교육 철학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그녀의 노력이 엿보였다.


그러나 나는 중립국이었다. 전쟁의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닌 만큼, 내 역할은 화해를 돕는 것이었다. 딸을 조용히 데리고 방으로 들어가 속삭였다. "엄마는 네가 이렇게 예쁘게 이야기하면 들어줄지도 몰라. 한 번 가서 예쁘게 얘기해보자." 울던 아이는 처음엔 고개를 젓더니 이내 마음을 고쳐먹은 듯 내 말을 듣기 시작했다. 몇 마디 더 속삭인 뒤 딸은 겸연쩍은 표정으로 엄마에게 다가갔다. 표정이 살짝 풀린 것을 보니 감정이 가라앉은 듯했다. 그리고는 아내와 연습한 말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아내는 기다렸다는 듯 두 팔을 벌려 딸을 맞이했다. 둘은 타협점을 찾았고, 전쟁은 그렇게 끝났다.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오늘 밤의 약속을 떠올렸다. 중립국은 전쟁의 불씨가 꺼진 것을 확인하고 평화롭게 집을 나설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문득 생각했다. 아내의 그 단호함과 매서움, 그리고 아이에게 타협점을 찾아주는 능력은 정말 경이롭다. 하지만 가끔은 살벌하다 못해 무섭기까지 하다. 내가 딸에게 "엄마는 진짜 화나면 눈에서 레이저 나올 것 같지 않아?" 하고 농담한 적도 있다. 딸은 웃으면서 "맞아, 근데 아빠가 더 무서워!"라고 했지만, 속으로는 분명히 내가 더 안전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아이들과의 하루하루는 정말 다이나믹하다. 오늘 같은 일도 웃으며 떠올릴 수 있는 날이 오겠지. 그날까지, 나는 그저 가족 안의 중립국으로서 평화를 유지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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