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어서 해보는, 일단 해보는, 그냥 해보는 일
재미없던 내 동화는 계속 고쳐쓰기 중이다. 그건 정말 예제 작품처럼 하나하나 고쳐나갈 예정이므로 갈 길이 아주 멀다. 고치기 전 버전버전을 저장해두어야 하나 갑자기 그것도 고민이 되는군. 아무튼 그 고쳐나가는 중인 아주아주 재미없는 그 동화 이야기를 잠시 멈춰두고 오늘은 또 다른 동화도전기 이야기를 기록해두고자 한다.
바로 동.화.공.모.전.
지금까지는 관심이 없어서 몰랐던 건지 동화 공모전이 은근 있었다. 내가 읽던 동화책의 출판사에서도 공모전이 여럿 있었는데, 1월에는 무려 2개, 2월에도 1개, 3월에도 1개가 있었다. 물론 공모전에 낸다는 것은 마감을 지켜 한 편을 내어본다는 것에 그 경험에 의의를 두는 것이다. 나의 부끄러운 습작을 처음으로 제출한다는 것 자체가 도전이다. 1월 31일 마감인 그 공모전에 어제 원고파일을 보냈다. (꺄아아아악) 연휴에 끼어있는 마감일이라 혹시나 깜빡할까봐 냅다 질러 보내버린 것이다.
제출한 작품은 일단 발표가 나는 3월 전까진 다른 어떤 곳에도 내보일 수 없다. 하하. (당선될 것이라 생각하는가 김칫국 마시는 어리석은 자여.) 2월 공모전과 3월 공모전 동화는 또 지금 것과 원고분량 자체가 아예 다르다. 2월은 단편이고 3월은 장편이다. (1월은 중편이었다) 그래서 2월도 내어보고 3월도 내어볼 작정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목표"이긴 하다.
"강이 바위를 뚫고 흐르는 까닭은 힘이 세기 때문이 아니라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짐 왓킨스-
"실패는 성공의 반대가 아니라 성공의 일부입니다." -아리아나 허핑턴
"나는 실패를 받아들일 수 있다. 모두가 무언가에서 실패한다. 하지만 나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마이클 조던
도전, 실패, 성공에 관한 많은 명언들이 있다. 공감하고 힘을 얻고 다시 일어서고자 하는 용기를 갖게 해준다. 쓰다보니 내가 처음 글쓰기 모임에 들어가 '글을 쓰는 사람이 되어보자.'라고 생각하고 쓴 첫번째 글이 떠올랐다. 그 날 글쓰기의 주제는 '길을 잃었을 때 나만의 길 찾는 법' 이었다.
하고 싶어서 해보는, 일단 해보는, 그냥 해보는 일.
남자들의 군대 에피소드처럼 우리 집에는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에피소드가 있다.
내가 네살인가 다섯살인가에 있었던 일이다.
외가집에서 하룻밤 자고 일어난 날, 늦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집에 아무도 없었다. 엄마와 아빠는 할머니에게 나를 맡겨두고 일을 보러 가셨고 외할머니는 작은 이모에게 자는 나를 맡기고 장을 보러 가셨고 또 마침 작은 이모는 집 근처 슈퍼에 나갔는지 잠시 집을 비웠더랬다. 그 사이 일어난 나는 집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는 야무지게 나의 집에 가겠다며 집을 나섰다. 나름 똘똘했던 어린 나는 부모님 차를 타고 왔던 길을 떠올리며 집을 향해 무작정 걸어갔다.
이렇게 읽으면서 보면 뭐 같은 동네 어디인가에 우리집과 할머니 집이 있겠거니 하겠지만 그 당시 외할머니집은 부산 사하구 괴정동, 우리집은 부산 남구 용호동. 자그마치 15km, 도보 4시간이 넘는 거리이다.(현재 네이버 길찾기 기준) 횡단보도도 여러개, 사거리도 여러개, 쪼꼬만 게 뭘 몰라서 겁도 없었나보다. 그래도 발견된 지점을 생각하면 나는 집에 가는 길을 꽤 잘 찾아 돌아가고 있었다.
워낙 대형 사고였던 지라 어릴 때부터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해 왔기 때문에 기억이 나는 몇 가지의 지점은 지금까지 기억에 남아 있다. 지금 생각해도 장면이 떠오르는 차가 쌩쌩 달리는 어두운 터널(사람 다니는 길이 있는 터널)을 지났던 기억도 있다. 그리고 또 다른 기억들 중 하나의 순간이 있다. 터널을 통과해 길을 따라 내려왔는데 오.거.리. 어디로 가야할 지 길을 잃고 당황했다.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멈추었다.
울었을까? 근처에 있던 아주머니가 달래 근처 파출소에 나를 데려다 주셨다고 한다. 집에서는 난리가 났겠지.
자고 있던 아이가 집에 와보니 사라졌다. 그 때 우리 가족들의 마음은 지금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나는 상상해볼 수 조차 없다.
트럭을 빌려 확성기에 대고 나의 인상착의를 외치며 동네 곳곳을 다녔다는 외할머니와 작은 이모. 내가 없어졌단 연락을 받고 혹시나 집에 전화가 올까 집으로 가고 있던 부모님. 아무튼 파출소에 있던 똘똘했던(?) 나는
놀랐던 마음이 진정되었을 때 기억하고 있던 전화번호들을 경찰 아저씨에게 말해주었고 그렇게 나는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고 한다.
그게 나의 인생에서 처음 길을 잃었던 때이다. 그 이후에 나는 길을 잃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물리적으로도, 마음적으로도. (없을리 없지만 나는 길을 잃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잠시 잘못 갔다 나왔거나, 시간이 더 걸려 돌아갔다 왔다고 생각한다.)
길을 잃고 헤맨다는 것은 무엇일까. 무엇을 해야할 지 몰라 멈추어 버리는 게 아닐까 싶다.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을 때, 무엇을 해야할 지 모르겠을 때, 나는 그냥 했던 것 같다.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겠으면 일단 보이는 곳으로 가보았고, 무엇을 해야할 지 모르겠을 땐 그 순간 할 수 있는 걸 해보았던 것 같다. 가보면 알겠지, 해보면 알겠지. 잘못 간 듯 하면 돌아나오면 되지, 아니면 그 길을 그냥 맞는 길로 만들면 되지. 이게 아니다 싶으면 그만 두면 되지, 아닌 걸 알았으니 다시 안하면 되지. 단순하고 긍정적이고 무모한 저지름. 그게 내가 길을 잃지 않고 살 수 있었던 나만의 길찾는 법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오늘 나는 또 그냥 해본다. 일단 해본다. 하고싶으니까 멈춰있지 않고 그냥 해본다. 일단 그냥 지금 하고 싶은 '글쓰기'라는 새로운 길을 시작해본다. 새로운 이 길 위에서 내 인생의 즐거움이 또 채워지길 바라면서.
동화작가 도전도 이 같은 결이 아닌가 싶다. 이런 나라서 이렇게 우당탕 도전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사람 참 안 변한다. '단순하고 긍정적이고 무모한 저지름'. '아님 말고' 정신. 그러니 일단 냅다 보내보고 보는 거다. 처음 내보았으니 다음이 있고 두 번, 세 번, 네 번. 계속 해야 언젠간 되는 거니까 말이다. 내가 한 번에 되는 천재적인 인간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20년이 걸렸다는 작가도 있는데, (그래도 20년은 아니겠지, 나의 꿈은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닌 일단 작가니까 소박하게, 하하) 내가 뭐라고.
동화작가 도전기는 길을 잃은 나의 길 찾는 법은 아니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 하고자하는 나의 도전에 힘을 실어주는 방법이기에 멈추지 않고 도전한 나를 한 번 더 밀어주고자 글을 끌어올려보았다.
나는 멈추지 않고 계속 할 것이다. 뭐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