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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의 의미

100일 완주를 축하하며

by 늘해랑



'100'이라는 숫자에는 많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100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100'이라는 숫자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내가 이 숫자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오늘이 매일 글을 써보자 목표했던 지난 10월 22일 이후 100일째 되는 글을 쓰는 날이기 때문이다. 어떤 날은 가볍게, 어떤 날은 무겁게 그렇게 매일 잊지 않고 하루에 한 편씩의 글을 꾸준히 써 왔다. 사실 처음에는 정말 단순했다. 정말 단순하게 해보자 싶었고 사실 처음에는 내가 할 수 있을 거라 기대도 하지 않았다. 쓰다보니 매일이 쌓여왔고 그 매일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조금 더 힘을 내보았다. 그런 과정에 조금씩 잘 쓰고 싶다는 마음도 생기고 나만의 목소리가 들리는 글을 쓴 날에는 왠지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며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100일. 세 달 하고도 열흘. 숫자로 보면 단순하지만 그 안에 담긴 시간들은 절대 단순하지 않았다. 가끔은 모니터를 보며 한숨을 쉬었고, 때로는 이 보잘 것 없는 글을 이대로 마무리 해도 되나 싶었고, 어떤 날은 정말 장난처럼 '글' 한 글자만 써두고 끝낸 적도 있었다. (드래그해서 긁어보면 나타나는 비밀글로 나의 의도를 적어두고 말이다. 하하. 몇일차더라. 47일차였다.)


어떤 목표든 100일동안 꾸준히 하면 몸에 배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100일 동안 OO하기' 같은 목표를 정해 도전을 이어가곤 한다. 100일은 습관이 자리 잡기에 충분한 시간이면서도 결코 쉽지 않은 기간인 듯 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첫 '100일 도전'이 무엇인가. 바로 단군신화의 100일 동굴수행이다. 여기서도 성공한 곰과 실패한 호랑이가 나온다. 우리가 잘 아는 이 유명한 단군신화에서도 100일은 단순한 시간이 아닌 변화를 위한 인내와 노력을 상징하는 숫자로 존재한다.


또 100이라는 숫자는 어디에 나오려나. 아기의 100일 잔치. 우리 나라에서 아기의 100일 잔치는 단순한 기념행사가 아니다. 아이가 무사히 성장하고 있다는 안도와 아이의 성장을 축하하고 응원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옛날에는 영아 사망률이 높아 갓 태어난 아기가 100일을 넘기는 것이 쉽지 않았기에 이 때의 100일은 건강하게 잘 커 준 아이에 대한 감사와 안도의 마음이 담겨있다. 연인들의 100일 기념일, 군대에서의 100일 휴가. 100일이라는 숫자는 어떤 과정에서 목표, 성장, 인내, 완성의 의미를 고루 품고 있다. 그래서 100을 기념하는 것이 누군가의 인내를 인정해 줄 수 있는 숫자로서의 척도가 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러고 보니 시험 점수 100점도 있구나. 한 세기를 떠올리는 100년도 있구나. 100퍼센트도 있고 말이다. 이렇게 계속 찾다보면 계속 찾아지겠다.)


이제 다음 100일을 떠올려 볼 차례이다. 지금처럼 매일 꾸준히 또 써내려갈 수 있을까? 아마 또 어떤 날은 흔들리고 또 어떤 날은 멈추고 싶어질 것이다. 사실 내일 당장부터 안 쓰고 멈추고 쉬고 넘기고 싶다. 1이라는 시작의 숫자의 의미도 그러하다. 내 마음의 의지가 완벽히 다져졌을 때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또 있기 때문이다. (완벽하지 못할까봐 미룬이....의 글이 떠오르는군. 이것은 또 52일차였다.) 그래도 나는 이제는 알게 되었다. 멈추지 않고 계속 쓴다면 200일째 되는 내가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 그날의 나는 또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내고 있을지 말이다. 기분 좋게 상상해본다. 더 나아진 나의 모습과 나의 글을 말이다.






어떻게 보면 글쓰기의 시작은 지난 6월이었다. 위 사진은 온라인 글쓰기 모임에서 한달간 썼던 글을 모아 딱 4부 찍어 만든 약 50쪽짜리 나의 첫 에세이집(이라 쓰고 제본 미니북이라 읽는다.)과 그의 서문(?)이다. "완벽하고 싶은 마음을 이기는 완벽하지 않을 용기"라는 문구를 쓰고 굉장히 뿌듯해 했던 기억이다. 내일의 나에게 슬쩍 이 문구를 다시 들이대고 싶다. 넌 어짜피 아직 완벽한 글을 쓸 수 없어. 그냥 너대로 너답게 부족한 게 매력인 너다운 글을 내일도 한 번 써봐. 굳이 이를 꽉 깨물고 하나 더 써낼 필요는 없어. 그냥 멈추지 않고 뭐라도 하는 거야. 재밌잖아. 내가 써왔던 글의 문구로 내일의 나를 한 번 더 토닥여주며 목표한 매일 글쓰기를 오늘도 잠들었다 벌떡 일어나 나의 고요의 시간에 마무리하는 나를 스스로 칭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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