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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각심을 가지세요

자아성찰의 시간, 나는 어떤 사람인가

by 늘해랑



경각심, 정신을 차리고 주의깊게 살피어 경계하는 마음.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나는 되게되게되게 무던한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그런데 그건 내 위주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나랑 크게 관련이 없으면 별 생각이 없다. 그래서 나는 외부의 상황에 크게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그런가보다,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나보다, 하고 그냥 넘겨버리는 것 같다. 남들은 이런 내가 무던하다고 한다. 좋은 것 같다고 한다. 물론 내가 어찌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에 에너지를 쏟지 않고 나에게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이것이 강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놓치고 지나칠 수 있는 것도 있을텐데.


그런데 사실 내가 연루되어 있는 일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내가 의도한 바대로 흘러가지 않으면 그 때부터 내 안의 무엇인가가 불타오른다. 이게 올바른 방향으로 설득이 되었을 경우에는 정.반.합의 이상적인 상태로 흘러가지만 내가 고집(고집이면 그나마 다행이지) 아니 아집으로 흘러간다면 걷잡을 수 없는 파국이다. 다행히 한 살 한 살 먹어가면서 아집은 줄어들었다. 아마도? 고집도 줄이려고 애써 생각하고 행동하고자 한다. 내가 연루되어 있지만 연루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의 나처럼 행동하고자 무던히 생각하고 입을 다문다. 나는 무던해보이지만 사실은 굉장히 내 위주일 때만 무던한 다른 사람의 세계에는 크게 관심없는 갇힌 사람이다.


나는 또 매우 즉흥적인 사람이다. 하고 싶은 건 해야 한다. 머릿 속에 번쩍 떠오르는 무언가가 있는데 행동해야 한다면 일단 질러버린다. 그리고 후회하지 않는다. 내가 한 선택이 최고의 선택은 아닐지언정 그 상황에서의 최선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역시 내 위주의 생각. 그런데 또 그게 최선의 선택이 되려면 너무 막 해버리면 안된다. 어느 정도 만족할 수준 이상은 되어야 한다. 그 기준이 1등일 필요하는 없지만 그래도 가시적인 성과는 보여야 하기에 나를 재기 시작한다. 즉흥적으로 시작한 일에 이건 이래야 하고 저건 저래야하고 이때 이래야 하고 저 때는 저래야 하고. 아주 사아아알짝(?)은 피곤한 서타일이다. 무던하게 저지르는 사람이지만 그 선택의 결과가 잘못되었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하는, 타인의 시선을 무시하지 못해 눈치보는 작은 사람이다.


또 이런 역설적인 나의 모습은 무엇이 있을까? 아, 나는 숫자변태(?)이다. 앞서도 나는 즉흥적이라고 했지만 p에 가까운 j 형 인간이지만, 나는 오늘 또 느꼈다. 강박이 있는 사람이라고. 새롭게 목표한 바가 있어서 지난주부터 아침에 러닝머신을 뛰어볼까 했다. 지난 주에는 주 2회 성공했다. 아니, 사실 원래 목표는 평일 매일이었고 그걸 실패한 순간에 주 3회로 바뀌었지만 그마저도 실패했다. 이번주는 목표를 낮추어 주 3회로 설정했다. 아무튼 그 주 3회 러닝머신 뛰기를 위해 오늘 아침 꼭두새벽 기상하여 아파트 헬스장으로 갔다. 지독하게도 말이다. 뛰면서 오늘의 인터벌 코스를 생각하는데, 한국인의 숫자 0과 5를 무지막지하게 따지는 나를 발견했다. 진짜 왜 그렇게 하나싶을 정도로 0과 5에 집착했네? 뛸 때는 몰랐는데 다 뛰고 오늘의 페이스를 짧게나마 기록하는데, 숫자를 보니 나 숫자변태인가 싶었다. 무던하다며, 나 참 깐깐하네.


내 위주로 내가 제일 우선인 사람인 세상 자존감 높은 사람이라고 스스로 평가 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부끄럽게도 아직은 참 어리구나 라는 생각을 한다. 아니 실제로 어리다. 어린 마음이다. 애기다. 유치해죽겠다. 자존감 높은 어른이. 어른 아니고 어른이. 이 자존감이 꼿꼿해 꺾이기 싫어 버티는 자존심이 되지 않아야 할텐데.


오늘은 그래서 자아성찰의 시간을 가져보았다. 나는 내가 정말 좋지만 나의 이 좋다고 생각하는 모습을 끊임없이 돌아보고 돌아보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좋아하는 이 좋은 모습이 언제 고여 탁해질지 모른다. 정화시켜야 하는지를 제때 알기 위해 늘 나를 돌아보아야 한다. 그래야 한다. 요즘 외부의 자극을 잘 받아 잠깐 나름 열심히 살아가고 있어서 칭찬받고 인정받고 있는 중이다. 우쭐해지고 있다. 이 김에(?) 나를 한 번 돌아보았다. 그래 요즘에는 나 되게 열심히 잘하고 있는 거 같기는 한데, 근데 너 녀석, 너무 우쭐하지 마라. 내가 잘하고 있는 건 내 주변에서 나를 알게 모르게 도와주고 봐주는 이들이 있다는 걸 늘 생각하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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