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악한 앙마자까가 되어봐??
원더걸스는 노래했다.
I'm so hot. 난 너무 예뻐요. I'm so fine. 난 너무 매력있어. I'm so cool. 난 너무 멋져.
I'm so so so hot hot.
난 노래한다.
I'm so kind. 난 너무 친절해. I'm so thoughful. 난 너무 배려하지. I'm so warm. 난 너무 따뜻해.
I'm so so so kind kind.
내가 지금까지 습작이라며 써보았던 동화들은 모두 밋밋하다. 사실 좀 흔해빠졌다. 위기가 약하고 절정이 뾰족하지 않다. 마냥 예쁘고, 차분하고, 서정적이고 그렇다. 창작을 해보겠노라 하고 초반에 읽었던 책이 <동화 쓰는 법>(이현, 유유출판사)이었다. 그 책에서 작가님은 인물을 불행의 구렁텅이에 빠트리지 말라고 했다. 문제투성이로 만들지 말라고 했다. 독자로 하여금 인물을 동정하게 만들지 말라고 했다. 나는 그 마음이 좋았다. 부모님의 이혼과 친구와의 이별. 어떤 아이에게는 후자가 더 큰 문제로 다가올 수 있다. '엄마와 아빠는 매일 싸워. 차라리 이혼하면 나도 엄마도 아빠도 더 편안한 마음으로 살 수 있을지도 몰라.' 라고 생각하는 아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런 아침 학교에 갔는데, 제일 친한 친구가 전학을 간다고 한다. 아무 걱정없이 온 학교에서 이 아이는 절망에 빠진다.
대놓고 본다면 엄마아빠의 이혼이 훨씬 더 큰 문제이다. 하지만 아이의 시각에서는 나의 유일한 베프가 전학가는 그 상황이 더 크게 다가올 수 있다. 나는 그래서 이현 작가님의 저 말이 좋았다. 그런데, 또 다른 가르침을 주시는 분이 나타났다. 주인공이 어떤 고난을 만났나요? 엄마랑 헤어져요. 왜요? 엄마가 자신의 꿈을 찾아간다네요? 엄마가 죽어버리면 어때요? 아니면 엄마가 외국인이라 본국으로 돌아간다는 설정은요? 예? 죽이기까지 해야 하나요? 엄마랑 영영 못 만나게 해야 하는 건가요? 갑자기 나의 동공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러고보니 얼마 전에 읽은 박경리 작가님의 동화 <은하수>가 그랬다. 전쟁통에 홀어머니와 함께 살아가는 선영이와 경수의 이야기이다. 이들은 이야기 내내 온갖 불행이란 불행은 다 겪는다. 95퍼센트 고생하고 마지막 5퍼센트에 정말 기적같은 (아니 그냥 기적이다, 이 정도면) 행을 얻고 끝난다. 전쟁통에 아버지와 헤어지고, 서울에서 배를 곯는 가난한 생활을 한다. 억울하게 약점을 잡혀 집도 헐값에 팔게 된다. 새로운 삶을 기대하며 외삼촌이 있는 시골로 내려가게 되지만 내려가는 기차에서도 가족과 헤어질 뻔 하고, 시골에 내려와서도 순탄치 못한 생활을 한다. 조금 잘 풀려가나 했지만 경수는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잃게 되고, 남매와 함께 힘들게 버텨 살아가던 엄마는 병을 얻어 결국 요양원으로 가게 된다. 어린 나이에 이 모든 불행을 다 이겨내고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선영이. 그 노래로 인해 마지막 그 한 장면의 복을 얻으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주인공에게 일어날 수 있는 세상의 모든 슬픔을 다 안겨주고, 그렇지만 괜찮아, 희망과 용기를 가지고 이겨내면 언젠간 내일은 반드시 올거야. 스스로 해결하여 성장하는 이야기.
어쩌면 사소해보이지만,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의 세계에서는 전부일 수 있는 슬픔을 던져주고 지나면 괜찮아, 그 속에서 무언갈 찾아봐. 하며 슬픔을 극복해나가는 이야기.
취향 차이일까? 취향으로 따지자면 나는 후자가 좋다. 아니, 편하다. 나의 주인공을 극한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싶지 않다. 너무 속상할 것 같다. 그리고 사실 내가 그런 세상의 모든 슬픔을 안아본 적이 없어서 감히 그런 감당할 수 없는 그 마음을 표현할 수가 없는 것 같다. 알지 못하기에 감히. 내 동화의 주인공들은 그저 친구들이랑 헤어지는 게 슬플 뿐이고, 할머니가 보고싶을 뿐이고, 엘리베이터에 갇혀서 놀랐을 뿐이고, 도서관 이벤트에서 상을 받고 싶을 뿐이다. 그리고 하고싶은 것이 무엇인지 찾고 싶을 뿐이다. 그렇게 나는 써왔었다. 아직도 쓰라고 하면 이렇게 가벼운(그들에게는 거대할지도 모르는) 시련들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나는 너무 착하다. 너무 주인공을 배려한다. 그랬나보다.
그런데 늘 착한 작가가 좋은 작가는 아닐지도 모른다. 때론 악마가 되어야 한다. 다음 습작에서는 좀 더 못돼 쳐먹은 신이 되어볼까? 눈 딱 감고, 내가 아주 그냥 눈 딱 감고 열심히 괴롭혀 줄테니 '주인공아, 나를 이겨내봐.' 모드로? 겪어보지는 않았지만 보아 온 인풋들은 차고 넘치니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착함 모드 잠시 내려두고, 세상의 슬픔이란 슬픔, 고난이란 고난은 다 모아둬야겠다. 어떤 조합으로 어떻게 괴롭힐지 아주 짜임새 있게 고민해야겠다. 악마 빙의. 다음 습작의 과제이다. 그래도 나를 미워하지는 말아줘. 결국에 너는 모든 고난을 이겨내고 살아남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