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책장 한켠에 등단하다
며칠 전 대범하게 질렀던, 소심한 5권이 오늘 도착했다. 표지 사이즈는 결국 맞추지 못하여 표지는 없는 나의 첫 동화책. 샘플북이 도착했다. 퇴근하여 집에 오니 집앞에 곱게 놓여져 있는 그것.
원래라면 그냥 뜯었을 택배비닐을 이번에는 한장 한장 사진도 찍어가며 곱게 언박싱을 했다. 두근두근. 빨리 받아보고 싶은 마음에 옵션 선택할 때, 표지 재질도 이정도면 되겠지, 내지도 중량 100g이면 80g보단 낫겠지, 샘플인데 뭐 하고 호다닥 결정하고 주문했었다. 막상 주문을 넣고보니 엉망으로 오면 어떡하나 살짝 걱정도 했었다.
그렇지만 내게 온 샘플북은 생각보다 만족스러웠다.
표지가 "스노우 200g 였던가, 흑백 1도, 단면" 이었지만 결국 인쇄 없이 무지로 덮기만 했다.
내지는 "미색모조 100g, 양면으로 흑백2도" 였다. 무선제본, 세로형. 신국판 사이즈. 이것이 나의 옵션이었다.
표지 한 장을 펼쳐 스탬프를 찍어보았다. "작가 황지현" 이 스탬프를 찍어보게 되다니. 첫 책은 지금까지 나의 글을 부끄러워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은 옆지기에게 수줍게 내밀어야겠다. 요새 내가 즐거운 얼굴로 식탁 한 켠에 망부석처럼 앉아있던 결과물이 이것이야. 하하하.
우당탕 도전기. 도전이 끝나고 쓰는 게 아닌 도전 도중에 이렇게 써가는 거라 흐름도 뒤죽박죽에 도전기의 과정도 뒤죽박죽이지만 그래도 뭔가 하나씩 부딪히고 있다는 것이 참 재밌다. 이 동화책의 주제가 그것인데. '꿈'은 이루어야 하는 '목표점'이 아니라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이라고. 나는 지금 그 과정 중에 있는 것이다. 과정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샘플북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이틀동안 '시놉시스'와 '출간기획서'를 다듬었다. 그리고 오늘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출판사 투고메일 한 번 더 도전!! 2~3주, 길면 한달. 또 기다림의 시간이 있겠지. 접수되었다는 답신을 주는 친절한(자동일까?) 출판사도 있고, 읽음 상태로 바뀐 곳도, 아직 읽지 않은 곳도 있다. 답메일이 올지도 안올지도 모른다. 이제 뭘 해야 하지? 음. 모르겠네? 잠시 한 숨 고르고, 무엇을 해야 할지 차근히 생각해 봐야 겠다.
한 권은 신랑에게 주며 우리집에 보관하는 책으로 하고, 나머지 네 권은 어떻게 한담? 들고다니면서 자랑(?)할까? 하하하.
나와 같이 작가의 꿈을 꾸고 있는데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주저하고 있는 누군가가 이 글을 본다면 나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지금 가장 해보고 싶은 걸 그냥 시작해보라고 말이다. 망설이고 있는 시간에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것들 중 그나마 할 수 있는 걸 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잘하지 않아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건 일단 해봐야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막막한데, 물어볼 곳이 정말 없다면 적당히라도 좋다. 혼자 부딪혀보라고도 해보고 싶다. 그러면 뭐라도 하나 배울 수 있다. 100을 시도해서 겨우 10의 결과가 나온다면, 얻지 못한 90을 아쉬워하지 말고 소중한 10을 얻었다는 것에 기뻐하면서 말이다. 그 10의 작은 성공이 꿈에 한 발 더 다가가게 할 것이라도 나는 진심으로 믿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방구석 작가로는 일단 데뷔 완료.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