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골곰탕에서 진라면순한맛으로 업그레이드
최근에 열을 올리고 있는 마지막 동화의 1차 원고가 완성되었다. 방구석, 내 컴퓨터 폴더에 4개의 동화가 쌓였다. 마지막 동화 원고 역시 소챕터를 나누어 편집을 하고 인쇄를 했다. 아직 지난번 완성원고처럼 제본까지는 하지 않았지만 인쇄물을 쫄대파일에 꽂아서 책처럼(?) 만들어보았다.
타겟 독자층이 초등학교 3-5학년 학생들이라 이제 막 3학년이 된 첫째 아들에게 살짝 밀어보았다. 동화책을 들이밀어도 1학년 둘째가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첫째는 일단 거부부터 하지만 (그래도 어찌저찌 들이밀어 자기가 흥미를 가지면 금세 몰입하는 FM스타일) 그래도 혹시 몰라 근처에 도망갈 구실(?)이 하나도 없는 미용실에서 엄마가 쓴 거라며 읽어보라며 살짝 던져주었다.
읽다말고 눈을 반짝이며 나의 킥포인트에 눈을 똥그랗게 뜨고 반응하는 모습에 괜히 뿌듯했더랬다.
"어 엄마, 주인공 친구 이름이!!!"
그래그래, 거기가 킥포인트였어! 하하하
다행히 나름 잘 읽는다. 오호라. 살짝 빠져드는 눈치다. 하지만 미용실 이슈로 인하여 머리를 자를 타임이 와서 아쉽게도 중간에 흐름이 끊겨버렸다.
집에 와서도 찾았다. 물론 이때는 다른 구실이 있긴 했다. 본인에게 주어진 다른 과제를 하기 싫은 것이 그 이유였다. "오늘은 아빠랑 읽는거 말고 엄마 책 읽으면 안돼?" 마침 아빠의 외출데이였다. "그래, 그럼 엄마가 프린트 해 온 데까지 다 읽어야 해!" "응!" 그렇게 2/3 분량의 스토리를 읽었다. 그리고 뒷 이야기도 궁금하다고 했다. 아직 마무리 퇴고가 덜 되었을 때여서 아들에게 읽히려 빠르게 후반부를 정리했다. 그리고 인쇄해서 집에 가져다 두었다. 타이밍을 노리며.
주말, 나의 외출데이. 바깥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데 신랑에게 카톡이 왔다. "아들래미가 그거 마저 읽고 싶다는데 어디있어?" 정말? 말도 안했는데 찾았단 말이지.
그렇게 아들은 엄마의 동화를 다 읽어주었다. 나의 첫 독자였다. 아직 신랑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는데,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은 네 번째 동화의 첫 독자는 우리집 10살 아드님이다. 그리고 다시 아드님을 만났을 때, 슬쩍 물어보았다.
"아들, 다 읽었다며?"
"응! 근데 왜 내가 말한 거는 없었어?"
"?? 뭘??"
첫 부분을 읽고 아들이 이런 대화를 주고 받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직 뒷부분은 고치고 있긴한데, 어떤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아?"
"응, 악당이 나와서 주인공 친구들을 가두고 또 그걸 탈출하고 그럴 것 같애. 가짜 인물이 나와서 말이야!"
"아, 그 가짜인물은 누군데?"
.
.
.
.
.
이렇게 아들은 뒷 스토리를 자기 나름대로 짜서 나에게 그 흐름을 말해주었었다. 그러네. 그랬네. 나의 이야기들은 대체로 순한 맛이라 문제상황과 해결은 있지만 빨간 맛이 없다. 악당도 또 그 악당이 저지르는 나쁜 짓들도 없다. 만들고 싶은데 생각이 잘 안난다. 그런데 아들이 그 악당을 만들어주고 있다. 아들의 머릿속이 궁금해서 계속 캐물었다.
"그래서? 그 악당은 어디서 왔는데?" "그 악당은 무슨 나쁜 짓을 하는데?" "그 악당을 물리치고 나면 어떻게 되는데?" 등등 말이다. 아들은 신나서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런데 그 대화 중에 나의 머릿속에도 이야기속 주인공들을 괴롭힐 악당이 서서히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래, 그럼 ver.2 를 한 번 써볼까? 지금까지의 이야기에 악당msg 하나 추가요!
업그레이드 버전 동화를 이제 시작했다. 주인공들을 시련에 빠뜨릴 악당이 세계관에 등장했다. 여전히 순한 맛일 듯도 하지만 여전히 진라면 순한 맛 수준일 것 같긴 하지만. 사골곰탕보다야 낫겠지.
어린이 독자의 눈으로 바라본 어린이 동화의 매콤한 맛. 도전해보고자 한다. 10년동안 빛을 못 보는 동화작가도 있다고 하는데 뭐, 일단 방구석 동화작가로 그리고 우리집 아들딸 독자에게만이라도 재밌는 동화로 업그레이드 업그레이드 시켜볼란다.
주말에 타로카드로 타로점을 봤는데, 속으로 '동화작가의 꿈은 이루어질까요? 단기간에 한 권 나올 수 있을까요?' 라는 물음을 품고 카드를 다섯 장 뽑았다. 마지막 카드가 바로 그 문제에 대한 답변이었는데 [힘(역방향)] 카드였다. 타로점을 봐주시는 분이 그랬다. 카드그림의 여인이 쓰다듬고 있는 호랑이, 이 맹수를 얼래달래주어야 한다고. 이 기 센 호랑이 길들이려면 쓰담쓰담 꾸준하게 달래주라고 했다. 그래 조급해하지 말고 맹수랑 래포를 형성해보자.
조급한 마음, 빨리 결과물을 내고 싶은 마음이 어찌 없으랴. 그렇지만 자꾸 다잡아야 한다. 단기간에 이루어질 일이 아니다. 잘하고 있다. 잘하고 있으니 꾸준하게 나를 응원하자. 그렇게 생각하고자 한다. 우리 아들이 재밌다고 했으니까. 일단 씨앗은 괜찮은 원고일테다. 그렇게 생각하고자 한다. 정.신.승.리. 하하하.
동화를 쓰느라 브런치에 글쓰기를 소홀히 했다.
우당탕 동화작가 도전기...로 브런치에 글을 써야 하는데, 동화를 쓰느라 도전기를 쓰지 못하고 있다.
도전이 진행 중이니, 쓸만한 도전 에피소드가 나와야 글을 쓸 수 있다. 나의 동화작가 도전기는 현재진행형이니까. 미래진행형일 것도 같으니까. 이 도전기가 정말 도전 성공 후 뿌듯하게 다시 읽어볼 수 있는 글들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