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 마음을 전합니다
오늘은 어버이날이다. 나는 어버이이기도 하고 또 자식이기도 하다. 아침은 일단 전쟁이다. 투닥거리는 아이들을 잘 달래가며 등교시켰다. 학교 가면 어버이날 계기 교육을 하겠지? 그럼 집에 와서 선생님의 정성이 가득 담긴 무언갈 건네주겠지. 얼른 준비를 해서 출근을 했다.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오랜만에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평소에 할말이 있지 않으면 전화를 하지 않는 나라 오늘같은 날은 억지로라도(?) 챙겨야 한다. 안그러면 아빠가 서운해하신다. 하하. 저녁 때쯤까지 까먹고 있으면 서운한 티 팍팍 나는 신호가 온다. 까먹기 전에 바로 전화를 해야 한다. 아무렇지 않은 듯 받으셨지만 그래도 하길 잘했다. 별 소리 안하고 그냥 어버이날이라서 전화 한 통 했어요. 하고 끊었지만 그래도 마음이 편하다. 가까이 살지 않아도 그래도 여행하며 자주 보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못 본지 조금 된 것 같다. 날 좋은 주말에 또 중간에 숙소를 구해 한 번 만나야겠다.
일과가 끝나고 집으로 왔다. 그리고 우리동네로 퇴근하신 시엄마와 시누이를 태우고 파주에서 일을 끝내실 아버님을 만나러 갔다. 외식은 거의 하지 않는 시댁이라 오늘은 참 스페셜한 날이었다. 파주 장단콩두부집에 가서 두부전골과 두부보쌈을 시켜 맛나게 먹고 왔다. 우리 아버님은 또 직장에 신나게 자랑을 하고 나오셨다고 한다. 오지말라고~ 오지말라고~ 했는데, 기어이 여기까지 평일에 퇴근하고 왔다고. 안그래도 되는데 우리 아들딸며느리가 그런다고. 귀여운 손주놈들도 같이 왔다고. 카네이션 한 바구니 하나 안 사왔는데 그래도 이게 효도지?
차에서 따님은 책가방에서 학교에서 만들어 온 예쁜 선물상자 편지를 꺼내 보여준다. 아주 자랑스럽게. 엄마~아빠~ 이거 내가 쓴거야! 그래그래 고마워!! 나도 어버이다. 하하하.
신랑은 아버님을 다시 회사로 모셔다 드리고 어머님과 고모를 모셔다드리고 왔다. 그 사이 잘 준비를 마치고 아빠를 기다린 아이들을 얼른 방으로 보내고 나도 얼른 밀린 일들을 했다. 오늘 글도 써야지 하고 키친테이블에 앉았다. 그런데 키친테이블에 뭔가가 놓여있다. 아드님이 책가방에서 슬며시 꺼내놓고 자러 간 것 같다, 말도 없이. 아직 잠들지 않은 것 같은데, 이따 잠들면 몰래 살짝 들어가 꼬옥 안아주고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뽀뽀해주고 나와야지. 내일 아침에 낯간지럽기 전에 말이다. 이게 효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