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포기할 수 없는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나는 어느 하나도 포기할 수 없다. 나는 이야기 중독자니까.
지난 주 연휴부터 이번주까지 뭔가 요일감각이 없었다. 한동안 나의 하루 일과에 글쓰기는 꽤나 많은 시간을 차지하던 행위였는데, 연휴를 거쳐 이번주에 있었던 각종 이벤트(업무적으로도 일상적으로도)를 실행하느라 물리적인 시간 확보가 안되었더니 살짝 몸과 마음을 놓게 되었다. 오늘이 일요일이라는 것을 깜빡해버렸다. 일요일 아침에 하던 줌모임도 까먹고 늦잠을 자고, 또 일요일임을 알아차리고도 오늘이 함께쓰는 글쓰기 모임의 이번주차 2회 마감요일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였다. 모임장님이 카톡방에 한 번 더 공지해주시지 않았다면 벌금을 낼 뻔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낮에는 컴퓨터를 켜지 않았다. 재미있는 이야기에 퐁당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 시작한 '천국보다 아름다운'을 공개된 부분까지 정주행을 마쳐버렸다. 아, 근데 이거 너무 재밌다. '추천추천'하는 바이다. 일단 초반에 고낙준(박웅)과 이해숙(김혜자)의 노년의 사랑의 대화가 너무 좋아서 빠져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빠져 들었는데, 이승에서의 생을 마감하고 저승으로 가는 순간부터는 천국과 지옥에 대한 이야기들이 판타지적으로 나를 몰입하게 만들었다. 진짜 있을 법한 또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것들이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며 볼 수 있는 영상미와 어쩌면 트렌디한 기발한 내용들까지 나를 사로잡았다. 또한 전체적인 큰 스토리 흐름 사이사이에 작은 퍼즐조각을 끼워넣은 듯 생각할 거리들을 넣어두는데 그것 또한 내가 충분히 공감가는 내용들이라 눈물돌게 찡하게 해준다. 7회까지 나왔고 내일 8회가 공개된다. 12회차 완결 드라마인데, 내용이 끊겨 버려 아쉬운 마음에 끝나고 시작할걸.. 살짝 후회가 될 정도이다.
그렇게 7회까지 드라마를 완결짓고 또 리모컨을 만지작 거리다가 새로운 예능을 시작해버렸다. '데블스 플랜2'이다. 책읽고 글쓰기를 하기 전 나는 티비쟁이였다. 드라마도 거의 다 핫한 예능도 거의 다 섭렵하는 사람으로 그 때는 티비 프로그램을 거의 다 알고 있어서 그걸 다 언제 보냐며 25시간을 사는 사람이냐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였다. '데블스 플랜' 역시 두뇌를 쓰는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으로 내가 좋아하는 장르였기에 시즌1도 당연히 보았었고 시즌2가 나왔다는 이야기에 언젠간 보겠거니 했었다. 그게 오늘 시작할 줄이야. 이 프로그램 역시 오늘 기준 4회차까지 공개가 되었고, 나는 3회차까지 끝내버렸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아이들은 할머니집에 가 없었고 나는 그 사이에 티비를 보며 빨래도 개고, 빨래도 개고, 음... 빨래만 갰다. 하하하. 어쨌든 보면서 하나는 했다.
4회차가 남았지만 아이들을 데리러 갈 시간이 되었다. 티비를 멈추고 할머니집으로 아이들을 데리러 갔다. 저녁은 아이들을 데리러 간 할머니 집에서 해결을 하고 아이들을 데려와 방에 들여보낸 후, 다시 남은 4회차를 보았고, 그렇게 티비를 끝내고 나니 밤 10시 30분. 그제야 노트북을 켜고 미뤄둔(?) 글을 쓰기 시작했다.
티비 속 이야기를 즐기고 있는 신랑이 나에게 말했다. '5월 연휴를 기점으로 여보의 책읽고 글쓰는 시간이 좀 줄어든 거 같은데?' 맞다. 그러하다. 그랬다. 티비 속 이야기에 빠져드느라 책과 글의 이야기를 살짝 놓고 있었다. 노트북을 잡고 있을 때도 사실 쓰고 있던 동화 중 2편이 뭔가 내 기준 1차 완성이 된 느낌이라 그들을 읽고 다듬으면서 시놉시스를 정리하는 거라, 글을 쓴다기 보다 작업을 하는 느낌이었고, 또 글을 쓰는 것도 동화를 쓰는 것이었기에 각종 인증을 하는 글쓰기들을 미뤄두며 포스팅을 하는 1일 1글쓰기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매일 꾸준히 의무감이지만 재미있게 즐기던 글쓰기가 밀려나게 되었고 그 결과로 '아몰라 나중에~' 라는 해이한 마음이 생기게 했다.
다행히 이제 정주행할 길게 남은 티비 속 재미있는 이야기(드라마나 예능)은 없다. 오랜 시간 티비에 나를 빼앗길 일은 없을 것이다. (사실...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이 남아있긴 한데...) 그래도 그건 좀 더 미뤄둬도 될 것 같다. 아직 마음이 확 동하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내일부턴 다시 글을 써야 겠다. 아무말이라도 써야지.
그래도 이 세상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너무 많다. 재미있는 책, 재미있는 드라마, 재미있는 예능프로그램, 재미있는 내 이야기. 하하하. 재미있는 이야기 중독자인 나는 이 많은 재미난 이야기들을 내 일과에 잘 나누어 짜 다양하게 즐겨야겠다. 계획적으로 말이다. 어느 재미있는 이야기도 놓칠 수 없는 나는 욕심쟁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