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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공개 Jul 10. 2021

헤어짐, 사랑, 생각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오늘 밤에 갑작스레 많은 감정과 생각이 흘러넘쳤다. 돌이켜보니 연애를 안 한 지 벌써 이만큼이나 시간이 흘렀다. 혼자와 외로움이 익숙해져 버린 나에게, 오랜만에 느끼는 '헤어짐'이라는 감정이란.


늘 예쁜 향이 나는 친구였다. 예쁜 얼굴 한 가득 슬픈 감정을 꾹꾹 참고 있는 친구를 바라보고 있자니, 한 켠으론 속이 상하고, 한 켠으론 얼마나 속이 상하고 있을지 뼈저리게 잘 알고 있었다.


"언니, 언니한테 조언을 듣고 싶어서요."


참, 묘했다. 나도 사무치게 슬퍼봤었는데. 이별로 사무치게 슬퍼하는 얼굴을 마주하고 있자니, 이미 혼자와 외로움에 익숙해져 버린 나는 마치 미래를 달리고 있는 소녀가 되어버린 기분이었다. 친구의 감정과, 표정과, 말의 속도와, 억양과, 호흡에 집중을 했다. 무슨 말을 해주는 게 좋을까, 수많은 말들을 머릿속에 나열해보고 그중에 가장 좋은 말을 골라 꺼내 주었다.


'사랑은, 타이밍이더라'


하루 차이로 못 만났다는 그런 타이밍이 아니라, 이젠 그 '타이밍'이라는 게 뭔지 알아버리고 말았다. 너와 나의 속도, 마음의 속도라던가 삶의 속도라던가 생각의 속도 그런 것들. 그런 게 여러모로 안 맞으면 틀에 맞지 않는 그림을 욱여넣는 듯 어그러져버리고 말더라. 여러모로 어긋나 버렸던 너도 나도.


'시간이, 약이더라'


무작정 시간이 지나길 기다리라는 게 아니라, 나의 공간에서 너의 공간을 덜어낸 빈자리를 무언가로 채우러 다니면, 그러다 보면, 너가 잊혀지거나 너로부터 덤덤해진 나를 발견했을 때. 시간이 지나가 있다는 거더라. 어느덧 비어있던 너의 자리에 나의 삶으로 채워져 있는 걸 보니, 이렇게 풍성한 삶을 또다시 지내고 있거든. 정말 진심으로 사랑했고 진심으로 이별한 것 처럼.


"언니, 언니 결혼하면 저 꼭 갈 거예요"


나 원 참, 남자 친구도 없는 나에게 귀여운 소리를 하는 친구의 말에 괜스레 웃음이 났다. 그래, 당최 어떤 자식을 만나야 후회 없는 인생 2막을 보낼지 모르겠다만, 적어도 죽을 때까지 사랑받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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