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공개 Oct 14. 2021

햇빛, 햇볕, 햇살

해는 하나인데

햇빛 알레르기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니, '태양이 분출하는 빛'을 지칭하기 위해 3개의 단어를 골라 쓰곤 했다.

햇빛, 햇볕, 햇살

이 세 단어의 차이는 뚜렷하고 미묘하게 다르다.

'햇빛'은 단어에 어떠한 감정도 상황도 분위기도 없이 무미건조한 팩트를 전달하는 것 같다. 마치 과학사전에서 다루는 단어 같은 느낌이다.

'햇볕'과 '햇살'은 감정과 상황과 분위기가 담겨있다. 뭐랄까, 햇볕과 햇살 모두 왠지 밝거나 노르스름하고 따뜻한 기운을 가지고 있을 것 같다고나 할까? 자연광 같은 느낌 말이다. 대신 다른 게 있다면 햇볕은 좀 더 쎌 것 같고, 햇살은 좀 더 연한 느낌이다.

그래서 그런가, 햇빛, 햇볕, 햇살 중 강한 어감으로 표현이 가능한 건 '햇볕'뿐이다. 강한 햇볕은 땡볕이라고 강조할 수 있지만, 햇빛이나 햇살은 강조할 수 없다. 선풍기에 강, 중, 약이 있다면, 태양에게는 땡볕, 햇볕, 햇살로 구분되지 싶다.

"햇빛에 빨래를 말린다."

"아~ 그런 원리구나."

"햇볕에 빨래를 말린다."

"(뭔가 돌 길이 깔린 조그마한 주택 앞 작은 마당 잔디밭 위 빨랫줄에 걸린 빨랫감 위에 쏟아지는 햇빛을 상상하며) 아~ 그렇구나."

"햇살에 빨래를 말린다."

"야, 그거 어느 세월에 말리냐?.."

또 문득 궁금해서 영어로도 검색보았다. 오잉 영어도 단어가 다양하네?

in the sun, sunlight, sunshine, sunbeam, sunny

음, 한글로 번역하면 왠지 sunlight(햇빛), in the sun(햇볕), sunshine(햇살), sunbeam(땡볕), sunny(맑은)가 될 것 같다. 토종 한국인인지라 맞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해는 하나고 빛은 하나인데, 부르는 이름은 여러 개.

작가의 이전글 은하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