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알레르기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니, '태양이 분출하는 빛'을 지칭하기 위해 3개의 단어를 골라 쓰곤 했다.
햇빛, 햇볕, 햇살
이 세 단어의 차이는 뚜렷하고 미묘하게 다르다.
'햇빛'은 단어에 어떠한 감정도 상황도 분위기도 없이 무미건조한 팩트를 전달하는 것 같다. 마치 과학사전에서 다루는 단어 같은 느낌이다.
'햇볕'과 '햇살'은 감정과 상황과 분위기가 담겨있다. 뭐랄까, 햇볕과 햇살 모두 왠지 밝거나 노르스름하고 따뜻한 기운을 가지고 있을 것 같다고나 할까? 자연광 같은 느낌 말이다. 대신 다른 게 있다면 햇볕은 좀 더 쎌 것 같고, 햇살은 좀 더 연한 느낌이다.
그래서 그런가, 햇빛, 햇볕, 햇살 중 강한 어감으로 표현이 가능한 건 '햇볕'뿐이다. 강한 햇볕은 땡볕이라고 강조할 수 있지만, 햇빛이나 햇살은 강조할 수 없다. 선풍기에 강, 중, 약이 있다면, 태양에게는 땡볕, 햇볕, 햇살로 구분되지 싶다.
"햇빛에 빨래를 말린다."
"아~ 그런 원리구나."
"햇볕에 빨래를 말린다."
"(뭔가 돌 길이 깔린 조그마한 주택 앞 작은 마당 잔디밭 위 빨랫줄에 걸린 빨랫감 위에 쏟아지는 햇빛을 상상하며) 아~ 그렇구나."
"햇살에 빨래를 말린다."
"야, 그거 어느 세월에 말리냐?.."
또 문득 궁금해서 영어로도 검색을 해보았다. 오잉 영어도 단어가 다양하네?
in the sun, sunlight, sunshine, sunbeam, sunny
음, 한글로 번역하면 왠지 sunlight(햇빛), in the sun(햇볕), sunshine(햇살), sunbeam(땡볕), sunny(맑은)가 될 것 같다. 토종 한국인인지라 맞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해는 하나고 빛은 하나인데, 부르는 이름은 여러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