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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공개 Jun 05. 2024

작가님, 브런치로 돌아가 쉬세요.

열린 마음을 닫기까지


브런치는 나쁜 년입니다. 짜증 나게 사람을 당기는 묘한 구석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뜨겁게 열광하고 불타게 타오르는 플랫폼과는 달리, 죽은 듯 살아있고 살은 듯 죽은 척하는 플랫폼 같습니다.


브런치를 시작해야겠다 마음먹은 것이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나를 진득하게 해야 신뢰도 쌓이고 글도 쌓일 텐데, 헤어지고 다시 또 재결합하는 사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언젠가 또 헤어짐을 고할지 모르겠네요.

(나쁜 년은 사실 나였나 싶지만, 아무튼.)


그동안 저에게는 많은 일 있었고 많은 마음도 일었습니다. 사소하게 시작했으나 끝없는 생각이 물고 물었던, 그러나 결국 또 끝맺지 못한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니,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사실인가 보다 싶습니다.


처음으로 브런치를 시작할 때는 "의욕"뿐이었습니다. 를 작가로 인정해 준 공식적인 공간, 작가로 성공할 수 있는 꿈과 희망으로 가득한 곳. 마치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 앞에서 나대는 샛병아리와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두 번째로 브런치를 시작할 때는 "해소"와 가까웠습니다. 무리 글을 써도 주목받지 않는 이곳, 아무도 글을 읽지 않고 쓰기만 하는 이곳이 마치 내가 사는 현실처럼 차갑고 비정해서 설움이 북받쳐 올랐습니다. 억눌린 분노를


지금 브런치를 다시 시작하는 마음은 "고요"니다. 기나, 저기나, 거기나. 정치질과 세력싸움 또는 여론몰이와 다단계식 마케팅으로 바이럴을 키워야 겨우 돋보였습니다. 진심은 통한다는 거짓말에 질려, 조용히 독백을 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브런치는 자기 자신이 나쁜 년인지 알긴 하려나 모르겠습니다. 브런치가 나쁜 년인 이유는, '작가'라고 인정해 준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스펙이 되어 공식적으로 자랑할 근거가 되지만, '진짜 작가'는 그때부터 시작이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브런치에는 작가를 찾는 관계자가 있을 거라는 희망로 자신을 옥죄입니다. 그것은 마치 구독자 중에는 관계자가 있을 거라는 기대감과, 하루아침에 떡상해서 잘 나가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거라는 망상으로 이어집니다.


마지막으 이곳에 '진짜 독자' 없습니다. 로지 읽기 위해 방랑하는 그들은 이곳으로 오지 않습니다. 것은 '진짜 작가'를 고통스럽게 하는 현실이자, '진짜 작가'를 만들어주는 역경이 아닐까요.


작가는 도대체 누구일까요? 끝없는 수다쟁이인지, 사회와 전투하여 승리하는 투쟁가인지, 서글픈 마음을 노래하는 음유시인인지, 자기만족으로 독백하는 가난한 서생인지. 여전히 어렵습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정체성을 찾아 헤매는 어린이 같은 삶입니다.


'누군가는 읽것지...'하는 마음으로.




(과거의 기록)

https://brunch.co.kr/@nueog/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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