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그것이 메슬로우의 욕구 중 상위 단계인 '자아실현' 아니면 '자아초월'의 욕구인 줄 알았다. 내가 세상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너진 인류애의 복구이며, 진실과 순수함이 살아있다고 부르짖었다.
sns로도 좋은 사람은 있다고, 건강한 생각과 행복한 마음을 나누며 교류할 수 있다고 솔선수범하였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홀로 고군분투했다. 사람들은 '아~ 그 착한 애'로 기억했다.
그러나 한 순간의 사건으로 인해 빌어먹을 진실과 악랄한 순수함에 구타당했고, 사람들은 현명하게 입을 다물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곤 자신의 현명함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모두가 보는 광장에서 씹히고 물어 뜯기고 잊혀져갔다. 나는 누구를 위해 부르짖어댔는가.
나는 그동안 무얼 했는가. 내 손엔 무엇이 남았는가. 아무도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기꺼이 나를 위해 함께 물어 뜯긴 애인 뿐이었다. 모든 인간으로부터 떠나 멍하니 앉아있다. 어떠한 의욕도 욕구도 불붙지 않아 검게 바스러진 평온함만 남았다.
무언가 세상에 필요한 존재가 되야겠다는 마음은 사라지고 한없이 한없이 가라앉았다. 그래, 내가 뭐 되기라도 하느냐. 뭘 해도 되는 사람과 뭘 해서 된 사람은 될지 언정 뭣도 없는 내가 뭘 해서 무엇하나.
그렇게 불타오르던 열정과 포부의 심지가 도무지 어디 갔는지 모르겠고, 굳이 찾아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너, 뭐, 돼? 는 줄 알고 써 내려갔던 진심 어린 글과, 세심하게 고쳐 쓴 낱말과, 사려 깊게 달아둔 답장들까지. 낯선 자들에게 몰입한 순간들이 모두 부끄러워졌다.
왜 이렇게 되었나 싶어 두서없이 도망 다니는 생각의 끝을 밟아본다면, 자아초월은 개뿔, 지금껏 사랑의 욕구나 인정의 욕구로 오해했거나, 혹은 안정의 욕구(=돈)가 다져지지 않아서 욕구 피라미드가 무너져버려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요즘의 기록.
그저 기록하는 게 좋아서 기록을 남긴다. 아무런 뜻도 목적도 없다. 누가 읽건 말건 관심 없다. 무슨 글을 써야 할지, 왜 써야 할지, 굳이 써야 할지 혼란스러운 요즘에 아무 말이나 휘갈겨 본다.
오늘의 단어는, <침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