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로 인해 정부에서 배포한 무료 백신 주사를 맞기 위해 줄을 서고 있었다.
작고 답답한 임시 컨테이너 박스 같은 곳에 마련된 주사실. 무언가에 이끌리듯 그곳으로 2명씩 나란히 줄을 서서 들어가고 있었다. 나의 차례가 다가왔다.
내 옆에 서있던 한 여자가 먼저 서명란에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그러곤 아무렇지도 않게 스테인리스 트레이 위에 놓인 주사기를 집어 들으려 했다. 내 뒤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고, 빨리 자리를 비켜줘야겠다는 마음에 나는 그 여자의 사이를 비집고 일단 주사기를 먼저 꺼내 들었다.
일회용 주사기는 매우 특이하고 편리하게 생겼다. 끝이 뾰족하지 않았다. 짤뚱한 원통형 통같이 생겼는데, 주사기라는 것의 끝을 볼펜처럼 누르면, 앞에 달린 살짝 두툼한 짙은 회색 원판 모양의 고무패킹이 튀어나오면서 그 속에 숨겨진 주삿바늘을 통해 주사액이 주입되는 방식이었다.
처음 보는, 처음 하는 셀프 주사 놓기였다. 내가 나를 찔러야 한다니. 어렸을 때 엄마가 엄마에게 주사를 놓은 모습을 본 기억이 나서 나도 할만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떨렸지만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코로나 19 백신이라는데 꼼꼼히 확인해보기로 했다. 주사기를 꺼낼 때 '-18도 보관'이라는 말을 어렴풋이 봤던 것으로 보아, 주사 용액의 온도가 떨어지기 전에 빨리 확인해보고 접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혹시나 조금이라도 내가 더 알아볼 건 없을까-하고 주사기를 꼼꼼히 읽어봤지만 마땅히 더 얻을 정보는 없었다.
아무도 주사를 놓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다. 주사를 놓는 방법에 대한 안내문도 없었다. 어느 부위에 놓아야 하는 거지? 뭔가 다들 주사 맞을 때 손목 안쪽 핏줄에 주삿바늘을 꽂아야 했던 거 같은데. 나는 내 손목 안쪽에 미세하게 파르르 보이는 푸르스름한 핏줄을 바라보았다.
'여기가 맞겠지?...'
나는 내 손목에 주사기를 대고 딸깍 눌렀다. 회색 고무패킹이 튀어나오며 그 속에 숨겨져 있던 주삿바늘이 내 살 속으로 파고들었다. 주사기에선 코로나 백신이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푸슈슉'
생각보다 압력이 강했다. 주사기에서 주사 용액이 작지만 힘차게 방출되었다. 주사기를 꾹 잡지 않으면 주사기를 놓칠 것만 같았다. 떨어트리지 않으려 힘을 주어 주사 볼펜을 내 손목에 갖다 댔어야 했는데, 힘차게 나오는 백신에 당황한 나머지 살짝 흘리고 말았다. 남은 백신이라도 몸에 주입해야겠다는 생각에 주사기를 손목에 지긋이 깊숙이 더 찔러 넣었다. 백신이 내 핏줄을 타고 몸에 퍼지는 것을 느끼고 안도했다.
'다 넣진 못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 넣었으면 된 거겠지..?'
내 손목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