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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크롬 Apr 28. 2020

이것은 경제학인가 심리학인가

도모노 노리오 <행동 경제학> 리뷰

  1. 일반적인 신고전주의 경제학에는 기본적인 전제가 하나 있다. 바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경제 주체를 가정한다는 것이다. 이 호모 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들은 선택에 있어서 호불호가 분명하며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1950년대 물리학자 폰 노이만과 경제학자 모르겐슈테른은 이에 입각하여 '기대효용이론'을 경제학의 한 공리체제로 선택하였다. 한 마디로 경제학 속의 인간은 어떠한 감정과 편향에도 좌우되지 않는, 컴퓨터 같은 존재인 것이다.



  2. 하지만 현실 세계의 인간이 모든 선택을 합리적으로 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들은 기댓값이나 조건부 확률을 다루는 데 서투르고, 쉽게 프레임에 갇혀버린다. 그리고 수많은 선택의 자유 속에서 길을 잃어버리고, 본질적으로 같은 질문에도 표현 방식에 따라 대답을 바꾼다. 인간의 심리적인 부분이 합리적 선택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행동경제학은 이처럼 기존 경제학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을 포착하고 분석하는 학문이다. 책 <행동 경제학>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카너먼과 그의 동료 트버스키의 연구인 '프로스펙트'(prospect) 이론을 중심으로 전반적인 행동 경제학에 대해 소개한다.



  3. 사실 인간 사고의 편향, 오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행동 경제학이 다루는 기본적인 문제들에 대해 대부분 들어보았을 것이다. 앞서 말했듯 조건부 확률 이해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몬티 홀 딜레마(Monty Hall Dilemma)부터, 게임 이론, 그리고 직관에 의존하는 휴리스틱, 손실에 민감한 경향, 초깃값에 영향을 받는다는 준거점 의존성, 가까운 이익을 더 선호하는 근시안적 해석 등이 한꺼번에는 아니더라도 심리학, 마케팅 분야에서 필요에 따라 적지 않게 다루어졌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행동 경제학은 응용력이 높고,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트렌디한 분야이다. 더불어 머릿속에 잘 숙지한다는 가정 하에서 독자에게 적지 않은 통찰력을 가져다준다는 뜻이기도 하다.



  4. 수많은 개념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행동 경제학>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사실은 사람들의 가치 판단을 주관적 확률과 효용의 곱으로 수학적인 모델을 통해 제시하였다는 점이다. 실제 객관적 확률과 주관적 확률 가중 w(p)(p: 확률)는 다르다. 카너먼과 트버스키에 따르면, 확률이 35% 이하에서는 과대평가되고 35% 이상에서는 과소평가되어 w(p)는 S자 곡선을 띠게 된다. 다음으로 x에 대한 효용을 의미하는 가치 함수 v(x)가 있다. 이는 이익에 둔감하고 손실에 민감한 S자 곡선이다. 따라서 최종 가치는 V=w(p)v(x)로 정의되어 리스크에 대한 인간의 성향을 분석할 수 있다. 즉, 확률이 중간에서 높을 때는 이익에 대한 리스크 회피와 손실에 대한 리스크 추구 성향, 그리고 낮은 확률에서는 과대평가로 인해 이익에 대한 리스크 추구와 손실에 대한 리스크 회피 성향이 나타난다.



  5. 이처럼 <행동 경제학>은 기존에 어렴풋한 논리로만 알고 있었던 아이디어와 개념을 정확한 수치와 그래프, 실험으로 보여주었다는 데에서 의미가 있다. 나의 경우 이쪽 분야에 관심이 많았기에 기존 개념들을 다시 체계적으로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이것이 책에 대한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먼저 미시경제학에 대한 기본 지식(무차별 곡선 등)을 요구하며, 숫자와 식을 상당히 자주 사용한다(교과서스럽다). 그리고 세부적인 개념도 많은데 신경경제학, 진화심리학 등 지나치게 다양한 카테고리까지 다루기 때문에 읽으면서 맥이 빠지기도 했다. 그렇기에 책의 효용이 크다 하더라도 완독을 아무에게나 자신 있게 권하고 싶지는 않다. 물론 같은 행동 경제학 베스트셀러인 <넛지>보다 훨씬 재밌긴 하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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