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 (YOUNHA) - [UNSTABLE MINDSET] 리뷰
1. '불안정한 내면'은, 비가 내린 뒤 잔류한 먹구름과 함께 찾아온다. 전곡 발라드 구성으로 '차분한 내면'을 노래한 EP [STABLE MINDSET]를 지나 우리는 '락윤하'를 필두로 내세운 [UNSTABLE MINDSET]에 이르렀다. 새로운 EP는 전작과 확실히 거리를 두려는 듯, 콘셉트에 충실하다. 사운드는 좀 더 격정적으로 변하고 메시지는 단호해졌다. 그렇다고 청자들이 급작스럽게 생경함을 느끼지는 않는다. 우리는 '락윤하'의 문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UNSTABLE MINDSET]은 영리하게 나머지 퍼즐을 짜 맞추어 윤하식 2부작을 완성했다. 전작과 병렬적으로 이어지는 아트워크 또한 인상적이다. '불안정한 내면'을 직시하는 듯, 윤하가 따르는 커피는 흘러넘치고 있다.
2. 앨범은 첫 트랙부터 휘몰아친다. BTS의 RM이 피쳐링한 'WINTER FLOWER'는 차트 위에서의 윤하의 입지를 넓혀주었음은 물론이고, 색다른 조합의 가능성을 알렸다. 특히 RM은 시적인 표현으로 제목에 어울리는 노랫말을 완성하였다. 타이틀곡 '먹구름'은 '비가 내리는 날에는'과 같은 작곡가인 DOKO(도코)가 작곡하였으며, 그리움을 위시하는 비슷한 정서가 이어진다. 무엇보다도 후반부 브릿지에서의 두드러지는 감정의 폭발이 'UNSTABLE'의 상태를 대표한다. 잠시 숨을 고른 윤하는 '다음에 봐'에서 덤덤함을 노래한다. 하지만 정적인 피아노로 시작된 도입부는 고조되는 베이스와 함께 "보고 싶다"며 이내 흔들리는 속내를 털어놓는다. '스무살 어느 날'에서는 부드러운 팝의 언어로 스무 살의 시절을 회고한다. 현재의 사랑은 순수하던 그 시절과 대비되어 비교의 대상이 된다. 경쾌한 기타 사운드로 시작하는 '26'은 마치 애니메이션의 엔딩 같다. 윤하는 "이 별과 이별을" 선언한다. 슬픔을 털어내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다. 4번 트랙과 5번 트랙과의 차이, 즉 6년의 간극은 이렇게 내면의 성숙으로 귀결된다.
3. 이렇게 [UNSTABLE MINDSET]은 스토리텔링의 관점에서 보아도 흥미롭다. 정갈한 콘셉트와 음악적 완성도, 통일성을 갖춘 앨범은 오랜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앨범이 대중들의 많은 관심을 받지 못한 건 아쉽다. 물론 타이틀곡의 존재감이 강하진 않다. '먹구름'이란 키워드는 물론이고 귀에 분명하게 박히는 명료한 메시지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점에서 '먹구름'은 '비가 내리는 날에는'과 대비된다. 개인적으로 [UNSTABLE MINDSET]은 청춘의 색깔을 머금고 있다고 생각한다. 계절과 날씨, 나이를 주제로 삼은 앨범의 스토리텔링은 '불안정한' 20대의 성장과정을 어렴풋하게나마 보여주고 있다. [UNSTABLE MINDSET]은 30대 초반의 윤하가 지난 10년을 돌아보는 앨범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