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별 - [Dark Side of the Moon] 리뷰
1. [Dark Side of the Moon](이하 [DSM])은 문별의 가능성과 한계를 분명히 하는 앨범이다. 달, 야누스, 거울 등의 상징물을 적극 이용한 콘셉트 설정, 여러 장르를 오가며 짜임새 있게 배치된 수록곡들, 그리고 이전보다 능숙해진 기교는 [DSM]이 그저 문별의 이미지와 팬덤에 슬쩍 업혀가려는 앨범이 아님을 증명한다. 무엇보다 마마무 멤버들 중에서 처음으로 6곡을 단독으로 발표하는 선발주자인 만큼, 앞으로 다른 멤버들이 제대로 된 솔로 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초석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야심차게 내놓은 이 EP에서 도대체 무엇이 가능성이고 무엇이 한계였을까? [DSM]의 'bright side'와 'dark side'를 차근차근 살펴보자.
2. 문별은 랩에 집중하기보단 보컬을 살리는 쪽을 택한다. 심지어 타이틀곡 '달이 태양을 가릴 때'조차도 애드립을 제외하곤 랩 파트가 거의 없다시피하다. 대신 음악에 부드럽게 묻어가는 편안한 보컬과 자신만의 메시지에 의존한다. 랩은 싱잉 스타일로 존재감을 줄이거나 보조적인 역할에 그치며, 강렬한 트랩 비트의 'MOON MOVIE'를 통해서만 잠깐 그 얼굴을 내비친다. 이러한 앨범 단위의 완급조절은 [DSM] 청취를 매끄럽게 만든다. 문별은 랩 자체보다 보컬적인 부분을 강조함이 스스로에게 어울리는 것을 확인한 듯하다. 더불어 팝, 알앤비, 힙합, 발라드의 다양한 장르적 문법을 활용한 것도 이에 한몫한다. 'mirror'로 대표되는 앨범 전반부의 강렬한 무드부터, 'ILJIDO'의 트렌디함, 그리고 대중적이고 차분한 '눈'까지, 문별은 다양한 각도에서 자신을 실험한다. [DSM]의 스펙트럼은 흑백 그 이상이다.
3. 하지만 그 무지갯빛 다양성 사이에서, 이중인격을 전면에 내세운 콘셉트는 음악과 괴리된다. [DSM]의 콘셉트는 오직 타이틀곡 하나만을 염두에 두고 탄생한 듯하다. 또한 각종 상징물과 이미지로 끌어올린 극적인 기대감에 비해 스토리텔링은 일상적이다. 무엇보다 다른 것을 제쳐두더라도 묵직함을 날려야 할 타이틀곡이 존재감을 발산하지 못한다. 문별의 음악적 역량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이미지와 퍼포먼스만을 전제로 만들어졌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녀의 보컬은 다소 과하게 격양된 업템포 비트 위에서 길을 잃는다. 결국 카리스마보다는 올드함이 더 두드러진다. 그리고 테크닉적인 부분도 여전히 아쉽다. 'MOON MOVIE'는 문별이 아직 힙합에 대한 이해도가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보컬의 완급조절은 능숙해졌지만, 랩퍼로서 갖추어야 할 그루브와 박자감은 더 신경써야 할 필요가 있다.
4. [DSM]의 의의는, 가능성과 한계 사이에서 변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문별은 자신의 부족한 테크닉을 음악으로 보완하면서 충분히 성장 가능하다. 물론 그 음악은 세련되고 여유로움이 돋보이는 'SELFISH'(이번 앨범에서는 'ILJIDO')와 같은 형태로 두고, 전통적인 랩보다는 싱잉 스타일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그 외의 변수는 피처링을 통해 해결하면 된다. 어쩌면 위와 같은 자체적인 개선 작업을 통해 문별이 마마무 멤버들 중 가장 재미있는 앨범을 내놓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더 나아가 캐릭터적인 입장에서 보면 문별은 동시대 솔로 여가수들과 분명히 구분되기에, 큰 방향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지는 않을 것이다. 성장은 자신의 'dark side'와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