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아이들 - [I trust] 리뷰
1. 사자가 되어 왕좌를 박차고 나간 (여자)아이들의 시선은 신(god)을 향한다. 내면의 시련과 종교적 색채를 투영한 이미지는 'Oh my god'을 관통하는 핵심이다. 가사에서 여성 인칭으로 나타난("She took me to the sky") 신은 사실 (여자)아이들 본인이고, 스스로를 향한 일종의 고백처럼 보이기도 한다. "I believe in"이 아닌 "I trust"라는 앨범의 제목 또한 의미심장하다. "존재를 믿기"보다 "신뢰"한다는 의미로 보아 이는 (여자)아이들의 자신감을 암시하는 것이 아닐까. 미묘하게 응축된 콘셉트, 그리고 뮤직비디오로 대표되는 충격적인 비주얼은 때론 신비주의적으로 느껴질 정도이다.
2. 얼핏 보면 'Oh my god'은 전반적으로 무거운 무드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LION'과 비슷하다. 하지만 단일한 방향으로 휘몰아치는 'LION'과 달리 'Oh my god'은 병렬적으로 강약을 반복하는 곡 구조로 인해 다양한 색깔을 흩뿌린다. 섬뜩한 인트로부터 섹시한 매력의 벌스, 그리고 정석적으로 분위기를 띄우는 빌드업에 이어 느릿한 질감의 훅까지, 곡은 차례차례 청자의 귀를 휘젓는다. 이러한 각기 다른 모습의 파트 덕분에 (여자)아이들의 최대 강점인 음색이 더욱더 선명하게 대비된다. 특히 보컬이 덜 두드러지는 슈화를 탑 라인이 다른 후반부에 단독 배치함으로써 멤버들 모두 이상적으로 포커싱을 받을 수 있었다. 'Oh my god'은 생각 이상으로 치밀하다.
2. 수록곡들은 기존 트렌드의 문법을 따른다. 래칫 리듬의 '사랑해'는 다소 투박한 느낌이다. 군데군데 블랙핑크의 이미지가 옅게 비치기도 한다. 퓨처 베이스 사운드가 눈에 띄는 'maybe'는 다른 곡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차분한 보컬을 강조한다. 두 곡은 'Oh my god'과 다르게 스타일에 치중되어 소연과 미연 외의 멤버들의 색깔이 상대적으로 덜 드러나는 모습이다. [I trust]는 아마도 첫 정규 앨범의 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소연의 프로듀싱은 인정받았고, 멤버들도 성장을 거듭했으며, (여자)아이들은 '믿고 듣는' 브랜드가 되었다. 때론 정체된 것처럼 보이는 걸그룹 시장에서, 안도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