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균 <기획서 잘 쓰는 법> 리뷰
1. 사실 지금껏 대외활동을 하면서 주먹구구식으로 기획과 발표를 준비했다. 물론 혼자 하는 과제가 아니었기에 항상 경험자들의 도움을 받아 이겨냈다.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기초적인 틀이 없었다. 같은 대학생이 만든 기획서가 아닌, 실무자 수준의 이상적인 사례 말이다. 기획서에 어떤 정답이 있을 거라고 확신한 건 아니지만, 어쨌든 나에게는 명확한 이정표가 하나 필요했다. 다소 정직한 제목의 <기획서 잘 쓰는 법>은 그렇게 한계를 느끼고 구입하게 된 책이다.
2. 위 책은 자기계발서 중에서도 완전히 실무적인 영역(꿀팁)을 다루고 있는 터라, 굳이 내용을 요약, 정리하지는 않겠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부분만 짚고 넘어가려고 한다. 먼저 단순화, 간결화 작업이 있다. 멜론 기자단에서 했던 기획 과제에서 크게 지적받았던 부분이 바로 이것이었다. 우리 조는 설득력이 떨어질까 하는 노파심에 근거를 지나치게 많이 모으려고 노력했다. 대학 과제의 경우 논문이나 관련 자료를 덕지덕지 붙이면 뭔가 있어 보일지는 몰라도 '설득'이 목적인 실무 기획서의 경우는 다르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 핵심을 찾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압축 과정을 거듭하여 최대한 간결하게 만들어야 한다.
3. 다음으로 이 책의 독특한 개념 중 하나인 '역기획'이 있다. 역기획이란 이미 있는 사례를 "내가 담당자라면 어떻게 기획서를 작성했을까?"라는 입장에서 기획서를 작성해보는 것이다. 일종의 훈련법인 셈이다. 나아가 저자는 방법론 제시에만 그치지 않고, 본인이 만들어놨던 충분히 많은 예시들을 내놓는다. 일반 기획서뿐만 아니라 사내 행사 기획, 자기소개 등 그 형태도 다양하다. 위 책의 가장 큰 실용성은 이러한 양질의 예시들로부터 나온다.
4. 하지만 분명히 해야 할 점이 있다. <기획서 잘 쓰는 법>은 기획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기획'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기획 자체를 잘하기 위한 노하우는 저자의 다른 책에 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기술적인 부분에서 성장을 도모할 수 있지만, 이것이 좋은 기획자가 되기 위한 충분조건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이 한계는 저자가 강조한 마지막 꿀팁에서 드러나 있을지도 모른다. 좋은 기획자들은 24시간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꾸준히 정보 수집을 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실제로 이런 능력을 갖추는 건 노력의 문제보다 성향의 문제라고 나는 생각한다. <크리에이티브는 단련된다>를 읽었을 때도 똑같은 생각을 했다. 기획과 아이디어에 대한 욕구와 습관을 가진 사람(즐거움을 얻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고, 이 소수의 사람들이 트렌드를 만드는 것이라고. 하지만 나머지 다수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도 분명 존재한다. <기획서 잘 쓰는 법>과 같은 실용 서적은 바로 그 기회를 주는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