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크롬 Apr 30. 2020

처세술적으로 접근한 기획

박신영 <기획의 정석> 리뷰

  1. 지난번 리뷰했던 <기획서 잘 쓰는 법>이 '쓰는 법'에 관해 이야기했다면 <기획의 정석>은 '생각하고 설득하는 법'에 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기획 단계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노하우를 알려주기보다는 여러 가지 문제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 가령 "왜 상대방이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할까?"와 같은 질문에는 why-what-how-if라는 학습의 4단계를 제시하고, "왜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불분명할까?"와 같은 질문의 경우 뚜렷한 콘셉트 빌딩이라는 처방을 내리는 식이다. 이렇게 문제들을 정확하게 바라보는 노력이 저자가 바라는 '기획적 사고'를 만들어 낸다.



  2. <기획의 정석>의 특징은 이처럼 기획의 실무적인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처세술에 가깝다는 데에 있다. 사실 기획자는 '좋은' 기획을 목표로 할 뿐만 아니라 상사의 질문과 요구에도 능수능란하게 대답할 줄 알아야 한다. 그렇기에 <기획의 정석>은 설득력을 갖출 수 있는 콘셉트 빌딩과 수사적인 부분에도 많은 분량을 할애한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친근함이 있다. 다루는 예시부터 시작해서 문체, 그리고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책에는 저자만의 독특한 세계관이 드러난다. 친한 누나가 편하게 썰 푸는 느낌이랄까. 그만큼 <기획의 정석>은 특유의 매력으로 인해 접근성이 높다.



  3. 하지만 앞서 말했듯 위 책은 실무적인 부분을 거의 배제했기에, 열심히 읽어내려간다 하더라도 초짜 입장에서 당장 감이 잡히지는 않는다. 즉,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겠지만 막연한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기분이다. 저자가 구성한 10가지 테마에 어떤 체계적인 흐름이 있는 것도 아니다. 요컨대, 나무에 대한 분석은 충분했지만 숲을 다루지 못한 것이다. 이 점에 유의해서 우리는 알맹이 있는 '꿀팁'들을 잘 기억하되, 이후 스스로 적용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대부분의 자기계발서 읽기가 그런 것처럼 <기획의 정석>이 소개한 능력들을 절대 내 것으로 만들 수 없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콘텐츠 취급주의 설명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