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영 · 조형석 · 김정현 <콘텐츠가 전부다> 리뷰
1. 왜 콘텐츠가 '전부'일까? 이 세상이 콘텐츠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기라도 한단 말인가? 성장에 있어서 콘텐츠만한 산업이 없으므로 여기에 투자해야 한다는 뜻인가? 부분적으로 맞지만 책의 핵심 포인트는 아닌 것 같다. 우리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보아야 한다. 사실 '콘텐츠가 전부다'라는 말 앞에는 '이제 플랫폼이 아니라'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다. 즉, 콘텐츠를 거느리던 플랫폼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시대가 끝나고 콘텐츠 자체의 힘이 더 강해졌다는 말이다. 따라서 어떤 콘텐츠가 대세이고, 그 콘텐츠의 영향력이 시장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콘텐츠가 전부다>는 영화, 유튜브, SNS, 라디오, 게임, 음악 등 전 범위에 걸쳐서 현재 콘텐츠가 가진 위상을 이야기한다.
2. 콘텐츠 산업에서 가장 핫한 격전지는 넷플릭스, 왓챠로 대표되는 OTT 시장이다. 앞서 언급했듯 콘텐츠 그 자체, 즉 IP(지식재산권)의 가치가 상승하면서, 최근 디즈니는 자체 OTT 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를 론칭하고 본인의 제국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항하려는 넷플릭스는 제 주인을 찾아가는 콘텐츠들을 뒤로 하고, 오리지널 콘텐츠 생산에 주력하고 중이다. 이제는 다수의 사용자를 확보한 플랫폼 자체의 가치보다는 얼마나 질 좋은 고유의 콘텐츠를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해진 것이다. 가령 넷플릭스에서 오리지널 콘텐츠는 전체 대비 8% 수준이지만, 시청 시간 비중은 37%에 육박한다. 디즈니와 워너미디어, NBC유니버설의 콘텐츠 또한 전체 비중은 19.6%이지만, 시청 시간 비중은 40%이다. 그만큼 '킬러 콘텐츠'의 가치는 어마무시하다. 따라서 힘 있는 IP를 가진 기업들이 넷플릭스로부터 떠나가면 문제가 생길 것이 틀림없다. 결국 넷플릭스는 불가피하게 자신의 강점인 오리지널 콘텐츠를 더욱 신경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3. 결국 사람들은 콘텐츠에 따라 움직인다. 유튜브의 영향력은 정보와 재미 모두를 얻을 수 있는 수많은 콘텐츠로부터 비롯되었고, 트위치는 게임 콘텐츠를 기반으로 넷플릭스 부럽지 않은 시청자들과 다양한 스트리머들을 거느리고 있다. 따라서 콘텐츠 생산의 주체인 유튜버와 스트리머의 입지가 상승했으며, 이들이 움직일 때마다 플랫폼은 지각변동을 겪는 수준이다. SNS의 경우는 어떨까. 인스타그램이 페이스북을 제친 이유는 사용자들 고유의 '시시콜콜함'과 스토리텔링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들이 인스타그램의 콘텐츠이자 자산이다. 콘텐츠를 몸에 두른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으로 인해 인스타그램이 레거시 미디어 이상의 광고 플랫폼으로 거듭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제는 콘텐츠가 없으면 플랫폼도 없다.
4. 이 외에도 팟빵으로 대표되는 팟캐스트 콘텐츠의 눈부신 성장, 우리나라 음악 플랫폼을 위협하는 스포티파이, 그리고 콘텐츠 산업을 더 풍성하게 해줄 증강 · 가상현실 기술 등 <콘텐츠가 전부다>는 산업의 전체 그림을 아우른다. 복잡다단한 콘텐츠 산업의 최신 동향 보고서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정보가 적고 빠르게 트렌드가 바뀌는 미디어 업계에서 위 책은 간결하고도 균형 잡힌 시선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기업 위주가 아니라 콘텐츠 서비스 자체와 소비자의 움직임에 집중하기에, 타 엔터 관련 서적보다 좀 더 직관적이고 실용적이다. 최종적으로 우리가 여기서 얻어가야 할 건 휘발성 강한 정보가 아니라 콘텐츠를 바라보는 종합적인 시선이다. 어떤 형태의 콘텐츠라도 이면에 있는 건 결국 사람들의 취향이기 때문이다. 즉, 콘텐츠 자체의 힘이 강해진다는 건 사람들의 취향이 더욱 뚜렷해진다는 증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