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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크롬 May 03. 2020

정부의 역할은 소유권의 보호에 있다

존 로크 <통치론> 리뷰 

  1. 존 로크만큼 다방면으로 성공적이었던 사상가가 또 있을까? 그는 <인간오성론>와 같은 저서에서는 경험적 인식론을, <통치론>에서는 근대 정치철학의 모델을 제시하여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철학자가 되었다. 그는 인생에서 운빨(?) 또한 상당했던 모양이다. 로크는 이론가로서 활약한 동시에 정치가로서도 당대 영국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고, 후대에 뒤늦게 재발견되는 철학자들에 비해 성공한 인생을 누렸다. 로크의 대표적 저작인 <통치론>은 두 편의 논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양도 형태의 절대권력을 강조한 홉스와는 다른, 위임 형태의 사회계약 이론을 전개한다. 특히 <통치론>의 소유권 개념은 근대 자본주의 정신에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2. <통치론>은 로버트 필머의 왕권신수설에 대한 반박으로 시작한다. 태초에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권력을 전제하는 왕권신수설은, 가부장제를 원리로 왕정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하지만 로크는 신은 통치자에게 절대적 권력을 주지 않았다고 말한다. 정치권력의 기원은 백지상태(tableau rasa)의 자유로운 인간들이 존재하는 자연 상태로부터 시작한다. 이들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지만, 전쟁 상태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소유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자연 상태를 벗어나고자 사회를 구성한다. 이러한 약속으로부터 법과 정부가 만들어지고 권력자가 등장한다. 특히 로크는 정부의 역할로 소유권 보호를 강조한다. 앞서 말했듯 정부 설립의 일차적 목적이 소유권 보호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소유권으로부터 발생하는 분쟁, 가령 손해배상과 처벌에 대한 의무를 지게 된다.





  3. <통치론>의 소유권은 정확히 어떤 개념일까? 로크는 공유 상태에 놓인 것 혹은 자신이 가진 어떤 것에 노동을 결합시킴으로써 소유권이 확립된다고 말한다. 쉽게 말해 내가 땅을 개간해서 작물을 길러냈다면 그것에 대한 소유는 나에게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유지의 비극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대해 로크는 소유권을 자신이 쓸 수 있는 선에서 소유할 수 있도록 제한한다. 즉 내가 제시간 안에 다 먹지 못해서 썩을 정도로 많은 작물을 수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노동력만 투자할 수 있다면 독점 또한 인정한다는 점에서 과도한 생산과 경쟁을 장려하는 신자유주의의 속성이 드러나기도 한다. 소유권은 인민이 국가에 결합되는 원동력으로도 작용한다. 그가 사회계약으로부터 벗어나면 소유권을 더 이상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로크의 사회에서 정부의 존재를 부정하면 재산을 물려받을 수 없다. 따라서 소유권은 자식에 대한 아버지의 권리(부권)을 보장해 주는 동시에 정부에 대한 복종을 동반하는 시스템의 강력한 구성 요소이다.





  4. 어느 정치체가 되었든 권력에 대한 폐단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통치론>에서 입법권은 국가 내 최고 권력이지만 여러 제한을 받는다. 로크는 입법권과 행정권의 2권 분립을 제시한다. 행정권은 입법부를 소집하고 해제할 수 있으며, 법 제정이나 불편을 겪는 인민들에 대한 구제를 요청할 수 있다. 이는 현대 정치체에서도 낯설지 않은 그림이다. 그리고 재량에 따라 법 위에 군림할 수 있는 대권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예외적인 상황이나 법 집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렇다면 문제가 생긴다. 이러한 대권, 군주와 같은 존재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통치론>은 인민 집단이 타당한 심판자, 재판관이 된다고 말한다. 특히 군주가 불법적인 무력을 동원할 경우, 인민들 또한 무력으로 대항할 수 있다.





  5. <통치론>은 콤팩트한 분량(보통 1편과 2편 중 상대적으로 중요한 2편만 다룬다)의 고전이지만, 정치철학에 대한 관심과 사전 지식이 없으면 읽기 편한 책은 아니다. 로크가 워낙 유명한 사상가이기에 요약된 정보로도 충분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양한 디테일과 이면의 논리까지 조감하고 싶다면 직접 읽는 것이 당연하다. 개인적으로 루소의 <사회계약론>보다 접근성이 높은 고전이라고 생각한다. 독서를 시작하기 전에 자연 상태, 자연법 정도의 용어만 이해하고 가면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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