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걸 [NONSTOP] 리뷰
1. 오마이걸의 파급력은 생각 이상이었다. [NONSTOP]의 타이틀곡 '살짝 설렜어'는 4월 27일 발매 당일 가뿐히 멜론 차트 1위를 달성했다. 현재(4. 27. ~ 5. 3.) 주간 차트에서도 1위를 지키고 있는 것을 보면 오마이걸에게 쏟아지고 있는 관심이 절대 우연이 아님을 보여준다. 소소하게 인기를 끌었던 '비밀정원', '다섯 번째 계절'의 벽을 넘어선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살짝 설렜어'를 멜론 1위로 이끌었을까? 오마이걸은 걸그룹 시장의 대안적 모델로서 우뚝 선 것일까?
2. 먼저 타이틀곡이 어떤 구조를 갖고, 어떤 포지션에 있는지 살펴보자. '살짝 설렜어'는 트로피칼 하우스 기반의 댄스곡으로, 오마이걸이 취하는 콘셉트 중 우아함보다는 발랄함에 비중을 둔다. 리드 사운드의 존재감으로 보컬(음색)의 역할이 큰 편은 아니다. 더불어 곳곳을 장식하는 레게톤과 트리플렛 박자, 그리고 치고 빠지는 미미의 랩은 어느 때보다 힙합적인 무드를 강조한다. 굳이 비교하자면 '컬러링북', '불꽃놀이', 'BUNGEE'와 흐름을 같이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따라서 '살짝 설렜어'는 오마이걸 기준에서 크게 실험적인 곡이라 보기는 어렵다.
3. 그렇다면 비교우위가 크지 않은 '살짝 설렜어'의 1위를 설명해줄 다른 요인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작년에 방영된 <퀸덤>의 파급력을 무시할 수 없다. 당시 약체로 분류되었던 오마이걸은 'Destiny'를 필두로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면서 더 많은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 그리고 또 무엇이 있을까? 데뷔 이래로 꾸준히 쌓아왔던 '믿고 듣는' 오마이걸만의 신용이 존재한다. 중소 기획사라는 환경과 여러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오마이걸의 음악은 수록곡을 포함하여 항상 양질의 퀄리티를 보장해왔기에 세월의 시험을 견디며 살아남을 수 있었다. 명시적이지는 않았지만, 음악으로서 오마이걸의 음악은 널리 인정받는 분위기였다. 마지막으로 효정, 승희, 유아, 아린 등 멤버 각자의 캐릭터가 타 그룹에 비해 뚜렷했고, 이는 인터넷 상에서 유튜브 콘텐츠(효정의 버블팝, 유아의 댄스 퍼포먼스)를 비롯해 다양한 형태로 사람들에게 알려지며 입소문을 탈 수 있었다. 발매 전 주말 예능 <아는 형님>에 출연했던 것도 적지 않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살짝 설렜어'의 성적은 이처럼 오랜 커리어 속에서 탄생한 결과물이다.
4. 혹시나 위 문단을 읽고 [NONSTOP]을 평가절하한다는 오해는 말았으면 한다. '살짝 설렜어'가 다른 타이틀곡보다 존재감이 작은 것이 아니라, 모든 타이틀곡들이 응당 받아야 했던 관심을 덜 받은 것뿐이다. 무엇보다 [NONSTOP]은 '이번에는 반드시 뜬다'는 의지를 반영하는 것처럼 준수한 수록곡들로 무장되어 있다. '살짝 설렜어' 이상의 중독성을 발산하는 'Dolphin'은 어떤가. 아이유를 비롯한 여러 셀럽들이 'Dolphin' 감상을 인증할 정도였다. 6박자 재즈 발라드 '꽃차'는 '사랑 속도'를 연상시키지만 서지음 작사가의 활약으로 진중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갖추었다. 통통 튀는 칩튠 사운드로 귀를 사로잡는 'NE♡N' 또한 'Dolphin' 못지않은 인상을 남긴다. 그리고 팬송과 같이 들리는 아련하고 청량한 'Krystal'까지, 오마이걸은 [NONSTOP]에서도 이전 앨범 못지않은 좋은 수록곡들을 준비해 놓았다. 물이 들어왔을 때 충분히 젓고도 남을 만큼 말이다.
5. 이러한 오마이걸의 반등은 걸그룹 시장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트렌드에 매몰되지 않은 일관된 콘셉트, 이를 뒷받침하는 좋은 음악, 재능있는 멤버들의 다양한 활약, 이를 하나의 브랜드로 담아내는 전략을 토대로 오마이걸은 거대 자본과 큰 이슈에 의존하지 않고도 매력적인 걸그룹을 제작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최근 'LALALILALA'를 발표한 에이프릴이 이와 비슷한 방향을 추구하려는 모양이다. 수많은 걸그룹들이 걸크러쉬 콘셉트를 내세우는 와중, 에이프릴은 고유의 청초한 이미지와 신스팝 장르를 토대로 그들과 구분되는 노선을 취했다. 결국 'LALALILALA'는 멜론 차트 중위권에 오르면서 에이프릴은 새로운 전성기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신인의 존재감이 무력해지고 걸그룹 시장이 정체되는 지금, 근본에 충실한 이런 움직임이 너무나도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