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루키와 랩스타가 그려낸 양극성

창모, Paul Blanco [BIPOLAR] 리뷰

by 최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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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BIPOLAR'는 '양극성'이라는 뜻이다. 어떠한 의미로 믹스테잎에 이러한 이름을 붙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상반되는 스타일의 음악을 담았다, 창모와 폴 블랑코(Paul Blanco)의 극적인 조합을 의미한다는 등의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 한편 'BIPOLAR'의 여러 의미들 중 조울증 또한 눈에 띈다. 이 믹스테잎에는 'BIG LOVE'과 같이 일렉트로니카 기반의 스타일리쉬하면서 밝은 트랙도 있지만, 언에듀케이티드 키드와 함께 갱스터와 하드코어한 분위기를 강조한 'SHOOT'과 같은 트랙도 있다. 이외에도 믹스테잎 내에는 다양한 'BIPOLAR'가 있을지도 모른다. 꿈은 해몽하기 나름이니 말이다.





2. 폴 블랑코(Paul Blanco)는 창모와 [닿는 순간], [Boyhood]에 걸쳐 꾸준히 작업을 해온, 힙합 팬들에게는 '덕수'라는 본명으로 익히 활동해온 슈퍼루키이다. 순수 국내파인 창모가 뚜렷한 톤과 발성, 정석적인 박자를 타는 스타일이라면, 캐나다 출신 폴 블랑코는 다양한 가창 스타일을 비롯하여 영어도 유연하게 사용하는, 세련미가 출중한 아티스트이다. 이렇게 보면 둘이 크게 다를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창모와 폴 블랑코는 랩은 물론이고 멜로디메이킹과 노래까지 넓은 기술적 스펙트럼을 가진다는 공통점이 있으며, 둘 다 저음역대의 매력적인 톤을 자랑한다. 어떻게 보면 힙합씬의 '꿀보이스' 듀오랄까. 어쨌든 둘의 조합은 많은 호평을 받아왔고 이러한 팬들의 부응으로부터 나온 것이 [BIPOLAR]이다(창모가 1thK <본인등판>에서 직접 밝혔다).





3. [BIPOLAR]의 구성은 현재 트렌디한 힙합을 전부 모아놓은 모습이다. 'SHOOT'이나 'Swoosh Flow'에서는 어두컴컴한 트랩과 drill 장르를 재현하였고, 'birthstone'이나 'BEBE'에서는 톡톡 튀는 플럭 비트 위에 달달한 멜로디를 담아냈다. 한편으로는 'BIG LOVE'를 통해 일렉트로니카를 보여주기도 하고, '널 위해'에서는 환희의 구성진 창법과 이국적인 느낌이 독특하게 섞인 R&B를 선사한다. 그러나 다른 개성의 트랙들임에도 불구하고 몽환적인 공간감을 강조하는 창모와 폴 특유의 프로듀싱 스타일이 전곡에서 드러난다. 전반적인 [BIPOLAR]의 인상은 Travis Scott의 [JACKBOYS]와 비슷하며, 본토의 향기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이는 폴의 영어 가사와 트렌디한 트랩 위주의 구성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4. 개인적으로 창모의 활약보다는 폴의 다양한 톤 변화를 한 번에 즐길 수 있었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들었던 것 같다. 감미로운 톤으로 노래를 하다가 찢어지는 느낌의 투박한 샤우팅 랩을 하는 모습은 폴만이 가진 반전미이다. 이처럼 출중한 스킬에 더불어 프로듀싱 능력까지, 폴 블랑코는 스포트라이트를 좀더 받아 마땅하다. 창모가 랩스타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꾸준히 같은 소속사도 아닌 폴과 작업한 이유는 분명하다. 힙합에 멜로디의 비중이 커지고, 정석적인 랩보다 멈블과 샤우팅과 같이 emo코어가 판치는 힙합씬에서 폴 블랑코는 그에 지속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아티스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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