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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크롬 Jul 10. 2020

데뷔 시 포지셔닝에 관한 고찰

Weekly (위클리) [We are] 리뷰




  1. 6월 말 카카오 산하의 레이블인 플레이엠 엔터테인먼트에서 신인 걸그룹이 데뷔했다. 이름은 바로 위클리(Weekly). '매주'를 뜻하는 그룹명답게 멤버도 요일에 맞춘 7명이다. 위클리는 'Tag Me'라는 타이틀곡과 함께 싱글이 아닌 EP를 들고 나왔고, 어린 나이대에 맞게 하이틴 콘셉트 중심의 음악과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We are]은 그 제목과 그룹명으로 유추해보건대 'We' 돌림으로 n부작 시리즈를 기획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어쨌든 콘셉트가 유기적으로 잘 이어진 것으로 보아 나름 철저한 준비 속에서 탄생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2. 한편 여러 플랫폼을 통해 지속적인 콘텐츠 생산이 가능해짐에 따라, 기존 아이돌이 장기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되면서 신인 아이돌이 설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거대 소속사 혹은 오디션 프로그램 기반으로 탄생한 그룹이 아닌 이상 웬만큼 관심을 이끌어내기 힘들다. 19년 이후 데뷔한 루키들 중에서 그나마 눈에 띄는 걸그룹이라면 로켓펀치나 에버글로우 정도다. 위클리 또한 이러한 현실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열악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나는 위클리가 첫 스타트를 나쁘지 않게 끊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트렌디함과 기존 공식 사이에 자리 잡은 적절한 포지셔닝에 있다.


출처 : 'Tag Me' MV



  3. 일단 현재 걸그룹 시장은 메이저 기준으로 아이즈원, 트와이스와 같이 영앤프레쉬 콘셉트와 있지, 아이들로 대표되는 크러쉬한 콘셉트, 그리고 여자친구와 우주소녀의 청순 콘셉트로 크게 나뉜다(개인적인 기준). 이들을 제외하면 SM, YG와 같은 회사 색깔이 강한 케이스(레드벨벳, 블랙핑크)가 남는다. 물론 이달의 소녀와 공원소녀처럼 그들만의 세계가 매우 강한 경우 또한 존재한다. 자, 그럼 위클리는 어떤 포지션일까? 겉으로만 판단하자면 소녀의 이미지가 강하기에 청순에 가까울 수도 있지만, 사운드와 가사를 통해 크러쉬한 매력도 함께 어필한다. 다시 말하자면, 위클리는 일정한 프레임에서 학생의 이미지를 고수하면서도 능동적인 태도와 자유분방함을 끌어온다. 이것이 위클리가 묘하게 익숙하면서도 신선하게 다가오는 이유이다.



  4. 이러한 방향성은 콘셉트 빌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타이틀곡 'Tag Me'는 네임드 작곡가의 손에서 탄생한 곡이 아니라 CODE 9, Audi Mok, Tysha Tiar의 협업으로 만들어졌는데, 이는 무국적의 손길을 통해 탄생하는 케이팝의 트렌디한 프로덕션을 반영하고 있다. 덕분에 'Tag Me'의 사운드는 정교하면서도 상기한 콘셉트와 잘 어울리며, 무엇보다 진부하지 않다. 일렉트로니카의 요소를 무조건적으로 차용하지 않은 것도 신의 한 수라고 생각한다. 최근 들어 직관적인 문법의 신나는 팝 댄스곡이 걸그룹 시장에서 드물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들은 에버글로우를 비롯한 '수출' 특화 그룹이 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복잡한 세계관을 배제하고, 친숙한 하이틴 콘셉트를 주축으로 한 이들의 이미지는 국내 시장에서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한편 수록곡에도 주목할만한 요소들이 많은데, 일단 'Weekly Day'와 'Reality'에서 멤버 신지윤이 작사 작곡에 참여하여 아티스트적 역량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준수한 프로덕션에 신인치고는 준수한 멤버들의 보컬이 더해져 깔끔한 완성도를 자랑한다. 타이틀곡으로부터 느껴지는 매끈함은 이렇게 앨범 전체에서도 유지된다.


 출처 : 'Tag Me' MV



  5. 이제 정리해보자. 위클리는 스토리 없는 신인이라는 조건에도 불구하고 남들과 다른 영리한 포지셔닝으로 첫 단추를 끼우는 데 성공했다. 혹자는 데뷔 초 전형적인 걸그룹의 우연한 선전이라고 진단할지도 모른다. 물론 맞다. 위클리가 그리는 그림은 혁신적인 새로움을 발산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들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철저한 분석을 통해 남들과 자신을 차별화하는 전략이 유효하다는 사실이다. 위클리가 그저 같은 회사 소속 에이핑크의 두 번째 버전으로만 기획되었을까? 만일 그랬다면 위클리는 2010년대 초중반에 득세하던, 수줍은 마음을 노래하는 고전적인 청순 걸그룹으로 탄생하지 않았을까? 위클리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밀레니얼에게 익숙한 주체적인 여성상을 어느 정도 포함한다. 그렇지만 나이대의 어울리는 순수함을 잃지 않은 채로. 이처럼 차별화는 한끝 차이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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