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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크롬 Aug 04. 2020

핵심만 잡은 음악 저작권법 매뉴얼

 하병현 · 윤용근 <음악과 저작권> 리뷰

  1. 콘텐츠 산업에 종사하길 원하는 사람이라면 저작권법과의 씨름은 피할 수 없다. 개인적인 경험을 풀어보자면, 18년도에 나는 뮤직 비즈니스 이론을 독학하던 중 여러 챕터 중 하나로 저작권법을 처음 접했다. 당시 분량 자체는 많지 않았으나 저작인접권의 세부 권리까지 너무 자세하게 나와 있어서 윤곽을 잡기에는 쉽지 않았다. 게다가 실례와 논리를 빼고 사실만 줄줄 읊어대는 쪽이었기에 나에게는 지저분한 암기로만 느껴졌다.





  2. 이후 수강한 엔터 관련 아카데미에서도 애매한 커리큘럼 구성으로 저작권에 대해 딱히 알려주는 게 없었다. 결국 진짜 법 관련 서적을 사야 하나...라는 마음을 먹던 때, 막학기 수업으로 로스쿨 교수님의 저작권법 수업을 듣게 됐다. 절대 재미로 들을 수 없는 빡센 레벨의 교양이었는데, 권위자의 친절한 설명과 다양한 실례, 그리고 꼼꼼하게 펼쳐진 논리 덕분에 저작권법을 굉장히 재밌게 배울 수 있었다. 교수님이 강조하셨듯, 앞으로 콘텐츠 산업의 실무자가 된다면 꼭 알아야 할 부분이 존재하고, 그것들을 빠짐없이 전부 짚어주셔서 지금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3. 그 이후 접한 책이 <음악과 저작권>이다. 여러 콘텐츠 중 음악만 다루는 데다가 150페이지 정도의 얇은 두께라 가볍게 복습할 마음으로 구매했는데, 지금까지 봤던 책들과 달리 정말 필요한 부분만 깔끔하게 정리해놓았다고 생각했다. 즉, 지금 당장 음악 콘텐츠 저작권에 대한 빠른 이해가 필요하다면 위 책을 추천한다. 일단 대표적인 저작권 분쟁을 정말 많이 다루고 있고, 오직 음악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기에 어문저작물이나 영상저작물 등 다른 콘텐츠에 대해 고민하면서 머리를 쓸 필요가 없다. 그러면서도 내가 대학에서 저작권법 수업을 들으면서 느꼈던 핵심 포인트를 그대로 가지고 있어서, 분량이 적다고 디테일한 부분에 대해 크게 적정하지 않아도 된다. 솔직히 이 책을 지금 본 게 아쉬웠다.





  4. 책에서는 일단 독자가 저작권 분쟁에 휘말렸다고 가정한다. 따라서 책은 그저 정보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방어하기 위해 주목해야 할 포인트, 논리를 알려준다. 가령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a. 침해를 주장하는 사람의 저작물에 창작성이 있어야 하고, b. 상대방이 그것을 통해 베껴야(의거해야) 하며, c. 침해 주장자의 저작물과 상대방의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어야 한다. 우리가 여기에 반박하기 위해서는 a, b, c를 차례차례 따져나가면 된다. 요컨대, 우리가 공부해야 할 부분은 창작성, 베끼는 것, 실질적 유사성이 법리적으로 도대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는 것이다.





  5. 이 외에도 저작재산권을 양도하는 계약을 할 때, 별도의 특약이 없으면 2차적저작물작성권의 양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사실과 업무상저작물이 창작자 원칙에서 유일하게 제외된다는 것, 공통된 오류를 통한 의거성 파악, 실패한 패러디에 관한 내용 등 짚어볼 만한 내용들은 전부 들어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내가 사전 지식을 갖고 있어서 그 논리가 쉽게 파악되는 탓도 있지만 예시를 통해 충분히 감을 잡을 수 있게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6. 다만 아쉬운 점은 역시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 부분이다. <음악과 저작권>에서는 이 챕터를 크게 다루지 않는다. 크리에이터들이 범람하는 시대에 공표된 저작물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지 명쾌하게 다루어줄 무언가가 우리는 꼭 필요하다. 가령 유튜브에 음악을 얼마나 길게 삽입해도 되는지, 사적인 이용의 기준은 얼마나 되는지 등등 요즘 겪을만한 이슈들을 지적해 줬으면 어땠을까 싶다. 나의 경우, 관종별곡 팀 내에서 유튜브로 음악 리뷰를 할 때 저작권 걱정을 한 적이 있다. 누구는 몇 초 이내면 된다, 누구는 무조건 문제가 된다 등등 다들 말이 달라서 무척이나 헷갈렸다. 하지만 우리가 비평 목적 하에 5초 이내로 짤막히(전체 대비 적은 부분 사용) 그대로 인용(변형 여부)해서 썼기 때문에, 공정한 이용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는 개인적인 답을 저작권법을 공부한 뒤 찾을 수 있었다. 이 서평도 마찬가지다. 표지 사진을 포함하여 책의 내용을 어느 정도 반영했지만 리뷰의 목적이 있기에 정당한 이용으로 인정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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