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 (GFRIEND) [回:Walpurgis Night] 리뷰
1. 중소 기획사에서 출발해서 7년 안에 세 번째 정규를 냈다는 건, 그만큼 여자친구가 꾸준히 사랑받아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놀랍게도 구설수 하나 없던 그룹이다). 살짝 삐꺽거릴 때도 있었지만 3부작 스토리텔링과 수록곡 품질관리 하나는 확실했고, 빅히트 합병을 거쳐 현재는 새로운 이미지 변화를 꾀하는 중이다. '회(回)' 시리즈는 그 기획과 콘셉트의 유기성에서 의문이 들긴 하지만 '파워' 수식어를 떼기 위한 하나의 야심찬 실험일지도 모르겠다.
2. 전 시리즈에서 자기복제('교차로'), 무모한 도전('Apple')을 고루 겪은 여자친구는 'MAGO'에선 한발 물러나 디스코라는 트렌디함을 선택했다. 직관적인 사운드와 시원시원한 보컬은, 지금까지 서정이란 코드 아래 잠시 잊힌 여자친구 특유의 파워풀함을 다시 불러온다. 선미의 호소력과 에이바 맥스의 중독성을 한데 섞어놓은 느낌이랄까(프로듀서가 FRANTS임에 주목). 익숙한 선율이지만 더없이 신선하고 풍부하다. 코러스에서 들려오는 백보컬("yes you!")의 디테일도 매력적이다. 여자친구에게 그토록 갈망했던 좋은 음악의 귀환이다.
3. 수록곡에는 많은 프로듀서(팀)들이 참여했다. 그만큼 각각의 색깔이 많이 묻어나는데, 여자친구를 테마로 한 컴필레이션 앨범이라는 느낌도 들었다. 나아가 정규앨범답게 최대한 다양한 장르를 선보이려고 한 것도 보인다. 록의 오리지널한 맛이 강하게 느껴지는 'Love Spell'(FRANTS), 시티팝 정취가 묻어나는 'Three Of Cups'(노주환 · 이원종), 웅장한 일렉트로 팝 'GRWM'(Mospick), 강렬한 뭄바톤 'Better Me'(13), 그리고 가장 서정적이고 여자친구다운 곡인 '앞면의 뒷면의 뒷면'(황현)까지. 이처럼 프로듀서와의 조합을 확인하면서 앨범을 정주행해도 좋을 것이다.
4. 마지막으로 콘셉트를 짚고 넘어가자면, 마녀들이 갑자기 미러볼 아래에서 레트로 패션을 입고 노는 게 이상하긴 하다. 아마도 진득한 마녀 이미지를 구현하는 것과 사운드에 충실하는 것 사이에서 갈등이 있었을 것 같은데, 후자로 기울어져서 이런 결과물이 나온 것 같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가? 결국 음악이 좋으면 장땡이다(케이팝 기획 무용론에 한 표). 발표된 지 2주가 채 안 된 'MAGO'의 유튜브 조회수는 곧 'Apple'을 따라잡을 것이다. 물론 초동은 많이 떨어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