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OST 유행에 대한 아주 가벼운 고찰
1. 웹툰이 잘 나간다고 한다. 굳이 통계적인 보충을 덧댈 필요도 없다. 사람들은 웹툰을 많이 보고(출근길에 웹툰 보는 사람이 많을까? 음악 듣는 사람이 많을까?), 그것도 글로벌하게 본다. 애초부터 IP 형태가 온라인에 고정되어 있어 케이팝처럼 코로나로 공연 수익이 사라질 리도 없으니 배가 아프다. 영화와 음악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에 웹툰의 성장은 더욱 빛이 난다.
2. 하지만 똑똑한 사람들은 새로운 시장을 발견했다. 바로 웹툰 OST이다. 물론 예전에도 BGM 식으로 웹툰 페이지 위에서 음악이 재생되는 경우가 있었다. 대체로 아마추어들의 음악이었다. 그런데 <달빛조각사> 웹툰 OST에 이승철이 참여하면서 말이 달라졌다. 웹툰에도 고퀄리티 OST를 얹힐 수 있다는 모델이 등장한 것이다.
3. 그래봤자 웹툰 OST지... 발버둥 쳐봐야 니치 시장 아니겠어?라는 생각이 들 때쯤 '취기를 빌려'가 히트를 쳤다. 사실 곡 자체가 절대적인 역할을 했는지, 웹툰의 인기 때문인지, 나도 모르던 ('깡'을 뛰어넘는) 밈이나 유행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신문은 웹툰 OST의 히트를 대서특필하고, 멜론 매거진에서도 아예 연말 결산 한 테마로 크게 다루었다. 물론 이때까지만 해도 이것이 '현상'이지 '트렌드'에 근접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4. 하지만 이게 또 히트를 해버렸다. <바른연애 길잡이>는 나도 가끔 보는 작품이기에 '나랑 같이 걸을래'의 히트는 꽤 직접적으로 다가왔다. 이제 웹툰 OST는 가치가 확실히 있는 시장이구나. 게다가 비단 이런 히트 싱글이 아니더라도 현재 웹툰 OST에는 많은 유명 아티스트가 참여한다. <바른연애 길잡이>만 해도 로꼬, 신용재 등 드라마급 라인업이다. 결국 웹툰 OST의 시장성은 이제 보편적으로 증명된 셈이다.
5. 하지만 지금까지의 노래는 발라드나 달달한 곡에 한정되어 있었다. 댄스곡인 주류 케이팝에게는 접근성이 낮다. 하지만 웹툰 또한 음악 장르마냥 종류가 많다. 따라서 케이팝은 그 역동감에 어울리는, 애니화된 소년 만화 OST에 침투했다. <갓 오브 하이스쿨> 엔딩에는 CIX가, <신의 탑> 오프닝/엔딩에는 스트레이 키즈가 바톤을 쥐었다(재미있는 건 모두 JYP 작곡가 라인업이다). 놀랍지 아니한가? 한국 웹툰이 애니메이션으로 나오고, 오프닝과 엔딩이 케이팝이라니! 따라서 케이팝이든 발라드든 OST에 어떤 형태로든 결합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두둥탁!
6. 앞으로는 다양한 그룹이 웹툰 OST에 최적화된 좋은 음악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기 몰입을 신경 써야 하는 드라마 OST보다는 훨씬 다양한 음악을 넣을 수 있고, 무엇보다 EDM을 덕지덕지 바른 미친듯이 역동적인 댄스곡도 소년 만화의 포맷으로 소화가 가능하다. 웹툰이 만들어내는 배경은 현실에 제한되지 않으니 말이다. 한편 네이버 웹툰 미티 작가의 <성인초딩>은 음반업계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음악 만드는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한다는 것이 흥미롭다. 그렇다면 스토리 중반 실제 OST를 발매를 염두에 두고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과거 <드림하이>가 예고를 배경으로 자연스럽게 OST를 내놓았듯, 웹툰도 OST를 전략적으로 고려해서 그릴 수 있는 시대가 왔나 싶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