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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크롬 Dec 15. 2020

가속이 붙어버린 트렌드의 미래

<트렌드 코리아 2021> 리뷰

  1. 어쨌든 세상은 굴러간다. 코로나19라는 족쇄와 관계없이, 우리는 무엇인가를 소비하고 즐긴다. 단지 선택지가 달라졌을 뿐이다. 이번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는 코로나19가 트렌드와 기술의 발전을 앞당겼다고 평가한다. 즉, 방향보다는 속도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사실 MZ 세대의 취향 분화와 그들이 선도하는 유행은 작년 트렌드 서적에서도 충분히 다루어진 내용이다. 그러나 언택트라는 상황 때문에 이것들은 훨씬 빠른 속도로 우리 일상에 자리 잡았다. 지금 파악해야 할 것은 이 급류에 휩쓸리지 않고 잘 대처하는 방법이다.



  2. 책이 먼저 살펴본 부분은 "언택트 상황이 끝나도 지금의 소비 구조가 이어질 것인가"이다. 놀이공원이나 콘서트같이 대체성이 낮은 서비스는 빠르게 회복될 것이다. 하지만 국내 여행이나 화상 커뮤니케이션은 대체성이 크기 때문에 오랜 시간 뒤 소비가 주춤할 것이다. 오히려 언택트 때문에 기술의 '맛'을 보게 해준 배달과 OTT는 지속적으로 수요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언택트가 트렌드를 앞당겼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코로나19 종식 이후 대인 서비스가 다시 등장하겠지만, 언택트 서비스와 함께 적절한 비율로 섞여 자리 잡을 것이다.



  3. 주식과 부동산 등 금융에 익숙한 '자본주의 키즈' 담론은 코로나와 별개로 이미 떠오르고 있던 개념이었다. 저성장 시대를 목도한 MZ 세대가 직접 투자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뜬금없는 콜라보에 열광하는 '롤코족' 또한 마찬가지다. 90년대생들은 재미를 추구한다. 중고물품을 거래하는 당근마켓 등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며 소유보다는 공유에 초점을 맞춘 소비 또한 이미 잘 알려진 흐름이다. 등산과 골프 등 다양한 운동을 즐기고, 독서모임과 클럽 등 다양한 재능기부가 이루어지는 상황도 마찬가지다. 이제 소비는 인구통계학적 요소보다는 취향으로 설명되어야 한다.



  4. 이런 변화무쌍한 소비자들을 대하는 기업에게 필요한 것이 '피보팅'이다. 피보팅은 쉽게 말해 기업이 가진 특정 강점이나 조건을 바탕으로 과감하게 사업을 전환하는 것이다. 현재 항공사들이 여행 가는 기분을 내고 싶은 소비자들을 위해 체험비행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건 잘 알려져 있다. 어떤 PC방은 장사를 못하니 아예 컴퓨터를 대여시켜 준다. 이 사례들은 비대면이라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피보팅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 나아가 사용자 경험(CX) 개념이 대두되면서 기업들은 소비자들에게 가성비 이상의 무엇을 더 어필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구매는 단순히 물물교환이 아니라 하나의 '체험'이며, 가령 배달이 일상화된 지금 기업들에게는 어떤 언박싱 체험을 선사할지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5. 책은 마지막으로 '휴먼 터치'라는, 기술이 발달할지언정 결국 인간의 손길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사실 인간/환경에 대한 가치는 늘 강조되어왔기에 이것을 왜 굳이 한 테마로 넣었는지는 모르겠다. 일례로 유튜브를 통해 친근함을 어필하는 오뚜기 회장과 따님을 이야기하는데, 이것은 인간성 자체보다는 예상치 못한 편한 모습을 통해 쿨한 매력과 반전을 시청자에게 주어서일 것이다. 이는 이재용이 아이폰 사용 후기를 들려주기를 바라는 MZ 세대의 모습이다. 넷플릭스 콘텐츠의 메타데이터를 작성하는 태거(Tagger)들도 콘텐츠의 이해에 인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 아니라, 아직은 머신러닝이 다루기 까다로운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일 뿐이다. 나는 언젠가 협업 필터링에서 '장르 분류기'가 등장할 것이라는 것을 의심치 않는다.



  6. 그럼에도 <트렌드 코리아>가 '트렌드의 가속'이라는 중요한 포인트를 짚어주는 건 사실이다. 일선에서는 '뉴 노말'과 같은 단어를 쓰며 문명 단위의 변화로 지금을 치켜세우곤 하는데, 뭐 맞는 말이긴 하다. 역사적으로 전쟁이 파괴를 불러왔지만 동시에 과학을 발전시켰던 건 아이러니한 사실이다. 평화보다 어떤 '문제'가 생겨야 빠르게 한 걸음을 내딛는 것은 인간, 그리고 역사의 안타까운 속성인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코로나19가 철밥통, 안정의 개념을 철저히 깨부쉈다고 생각한다. 지금 시기를 이겨내도 절대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우리는 이 사태를 교훈으로 또 바뀔 준비를 해야 한다. 피보팅은 비단 기업에만 적용되는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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