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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크롬 Dec 28. 2020

이제부턴 정말 공부뿐이야

김영민 <공부란 무엇인가> 리뷰


  1. 인간의 뇌에 세계의 온갖 사실들을 쑤셔 넣는 걸 공부라고 정의한다면 우리는 죽을 때까지 공부를 하는 셈이다. 태어나서 공부, 학교에서 공부, 졸업해도 공부, 회사에서 공부.... 머리가 아프다. 특히나 신자유주의적 기류가 뼛속까지 흐르는 대한민국 사람들은 싫어도 공부를 놓을 수 없다. 돈을 벌지 못하면 공부라도 해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지.






  2. 이처럼 수단을 위한 공부가 횡횡하니 공부 딱지가 붙는 범위도 제한되기 마련이다. 논리적 사고를 위한 지적 훈련은 자격증 공부보다 못한 것이 된다. 사는 게 팍팍하니 대학생들은 소위 '꿀강의'를 전전하고, 머릿속은 방학만 되면 연기처럼 사라지는 인스턴트 지식으로 가득 찬다. 인생의 의미를 찾고, 진정한 지혜를 추구하는 건 사치일 뿐이다.






  3. 이처럼 지리멸렬한 공부가 넘쳐나는 지금, 김영민 교수의 <공부란 무엇인가>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물론 독서와 아카데믹한 공부 쪽으로 한정되어 있지만, 책은 여태껏 무(無) 방법론 위에서 정돈되지 못했던 공부에 대한 반성을 촉구한다. 명료한 글쓰기와 제목 짓기부터 비판과 토론의 방법, 그리고 지적 호기심과 영감을 자극하는 것까지 저자는 우리가 당연하지만 잊고 있었던 '공부 방법(혹은 태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은 우리가 단순 박학다식한 사람이 아닌, 지성인이 되기를 희망한다.






  4. 한편 <공부란 무엇인가>는 우리의 공부 실태를 지적하고 더 나은 방안까지 제시하고 있지만, 자기계발적 지침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공부를 주제로 쓴, 다소 무거운 에세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다. 그렇기에 공부를 업으로 삼은 한 학자의 고찰과 경험담으로도 읽힐 수도 있다. 나아가 김영민 교수의 문학적 팬이라면, 회의주의와 유머 사이를 절묘하게 오고 가는 그분의 문체도 제대로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모순 혹은 긴장으로 가득한 자신의 존재를 그럭저럭 거두어 살아나가는 것이야말로 성인의 일이며, 자신의 모순이나 긴장을 빙자하여 남을 괴롭히지 않는 것이 시민의 덕성이다. 3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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