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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 Sep 04. 2020

어머님이 사과를 하셨다.

새로운 시작을 꿈꾸며..

신호음이 울렸다.

어머님이 전화를 받으셨다.     

나: 어머님.. 저예요

어머니: 미선이냐?

나: 네.. 잘 지내셨어요?

어머니: 그래.. 나는 네가 전화 안 할 줄 알았다.

나: 제가 왜 전화를 안 해요. 그냥 시간이 필요했어요..      


어머님의 말투는 어느 때보다 부드러웠다.

나: 어머님.. 제가 어머님께 소리를 지른 것 잘못했어요.     

잘못한 것은 인정해야 했다.

그리고.. 나는 말을 이어나갔다.     

나: 하지만 형님이 전화를 남편한테  걸어 인연을 끊자고 했어요.

    형님이 할 소리가 아닌 것 같아요... 어떻게 그러실 수가 있어요?

어머니: 내가 너의 큰 형님한테 전화해서 울었다.

            그래서 그럴 거다.

나: 아무리 그래도요.. 정말 너무 하시네요. 제가 큰 형님한테 얼마나 잘하려고 노력했는지 아세요?   

     형님네 아이들 6학년 때까지 어린이날 선물 꼭 챙겨주었어요.  

     그런 형님은 저희 아이들 어린이날 챙겨준 적이 얼마나 있는 줄 아세요???

    그러면서 무슨 일이 있으면 자초 지경도 물어보지 않고 전화해서 인연 끊자고 하고요..

    정말 어이가 없네요.. 그리고 어머님도 자식이 소중하시죠?

    저도 제 딸인 세희이가 소중해요. 세희의 난청 발견하고 얼마 되지 않았어요..

    돈이 없어 이사도 했고요.

어머니:... 네가 말을 안 했잖아.

나: 제가 말을 안 했다고요? 힘들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리고 어머니 저는 세희의 병원 갈 때마다 수술하라고 해요.. 저는 세희이 수술을 하라고 할 때마다 마음          이  찢어져요...


어머니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 그리고 보청기도 이번에 두 번째 교체해요..

    보청기 가격은 아세요? 한 세트당 1천만이에요.

     제가 형님에게 이런 사실까지 말씀드렸어요.

     큰 형님한테 정말 서운하네요!!!

어머니: 그래..      


그렇게 어머님과 좋게 이야기를 풀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머님은 마지막까지 딸과 며느리를 차별하셨다.

어머니: 미선야. 네가 큰 형님한테 전화해서 사과하면 안 되겠니??? 네가 순천에서 말실수했다고, 네가 그렇게 하면 그러면... 네가 잘해줄게...


어머니는 또 시작하셨다.

본인의 부탁을 나에게 말하실 때는 항상 ‘내가 나중에 잘해줄게’ 하셨다.

하지만 그 말은 항상 거짓말이었다.

나는 이젠 그 말을 믿지 않는다.     


나: 어머님... 어머님 항상 저한테 그러시죠? 너는 내 딸과 같다고요.

    어머님이 저를 딸로 생각하시면 저한테 이런 말 못 하세요..

    전 그런 말 하고 싶지 않아요.

어머니:.....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까?     

어머님이 사고가 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회전하는 차로에서 어머님이 급하게 우회전을 하셔서 차가 뒤집힌 것이다. 다행히 어머님은 다친 곳이 없었다!

어머님의 차는 페자를 했다고 한다.     


내려가야 했다. 아니 내려가야 한다.

나는 며느리니까.     

어머님은 건강해 보이셨다. 남편과 어머님이 이야기를 하고, 나는 어머님의 눈을 도저히 쳐다볼 수가 없어 아이들과 조용히 이야기만 듣고 있었다.

그러는 도중 큰 형님이 어머님의 병실로 들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형님에게서 나를 보는 그 싸늘함!!! 이 느껴진다.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형님 입장에서는 내가 얼마나 밉겠는가?

본인의 엄마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이쁠 리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나의 엄마를 아프게 한 어머님을 나도 좋아할 수 없다.

하지만 며느리이기에 할 도리를 하기 위해 여기 앉아 있는 것이다.       


나는 아픈 아버님의 식사를 준비해야 했으므로 장을 보기 위해 병원에서 미리 나왔다.

병실에 나오는데 남편이 실수를 했다.(참 눈치가 없는 실수를...)

남편: (나를 어머님 쪽으로 밀면서) 미선아 엄마를 안아 드려     


이게 무슨 개뼈다귀 같은 소리인가? 눈도 마주치기 싫은 어머님을 나보고 안으란다.

난 차마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그러는 남편의 손을 뿌리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

그리고 남편에게 소리소리를 질렀다.

“자기는 내 맘을 알아? 어머니가 나한테 어떻게 했는데? 지금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내가 아무 일 없듯 어머님을 안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미친 것 아니야?”    

참고로 나는 나의 엄마도 잘 안아드리지 않는데 그것도 시어머님을 어떻게 안을 수 있겠는가?

그렇게 집에 돌아와 아버님 식사를 차려드리고 저녁 늦게 되어서야 큰 형님이 집에 도착했다.

나는 큰 형님께 아무 일 없는 듯 인사를 건넸다.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렇게 큰 형님과 나는 어색해져 갔고, 그 어색함이 나에게는 득이 되었다.

어머님은 더 이상 나를 명절에 잡지 않으셨고,

나 또한 남편과 상의하여 명절에 되도록 형님들을 보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아예 형님들을 보지 않을 수는 없는 일! 형님들을 볼 때마다 형님들도 나를 어색하게 생각한 건지 불편했는지 자기들끼리만 이야기를 하는 횟수가 높아졌고, 나는 따돌림당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모습에 나도 이제는 참을 수가 없었다. 나는 어머님님께 선전포고를 했다!

“어머님 저는 이제 형님들이 있을 때는 오지 않겠어요!!!”

그 소리를 듣고선 어머님은 나에게 드디어 그날의 일들을 사과하셨다.

미선아 미안하다... 내가 정말 그때는 내가 잘 못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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