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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 Sep 18. 2020

시어머님이 네 분 있어요!

시어머님이 네 분이라 좋은 점과 나쁜 점!

어머님은 본인의 언니들, 동생을 잘 챙기셨다. 남편 말로는 아버님이 아프지 않으셨을 때는 더 이모님들의 일을 많이 살펴주셨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어머님은 명절이면 근처에 사는 이모님들을 자주 부르신다. 이모님들은 혼자 오시기보다 본인들의 딸들까지 데리고 오신다.


그렇게 모든 사람들이 모이면, 그중 유일한 며느리는 한 명! 그 한 명이 바로 나다!

그럴 때면 나는 숨이 막혀온다. 그런 내 모습을 본 남편은 핑계를 대고 나를 데리고 한두 시간씩 나와 주었다.      


어머님과 이모님들은 자석처럼 각종 가족 행사에 같이 다니셨다. 자매들이니 어머님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인지만, 며느리가 보는 나의 입장에서는 꽤 부담스러운 일이다. 이모님들이 나를 보는 눈빛은 그분들의 며느리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   


그 눈빛이 점점 부담스러워 나는 가끔 그런 자리를 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피하지 못할 때도 있다. 언젠가 아버님이 쓰러지셨을 때 서울에 사는 우리보다 이모님들이 어머님 곁에 먼저 와 계셨다.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한 이모님께서 나를 부르시며, 아버님의 발을 주무르라는 것이었다. 나는 무척 당황스러웠다.


왜냐하면 나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남자의 발을 별로 본 적이 없다. 더군다나 나는 나의 엄마의 발도 주무르지 않은데, 시아버지의 발을 그것도 남자의 발을 주무르라는 이모님의 말을 도저히 들을 수가 없었다. 아니할 수가 없었다. 아버님의 발을 빤히 쳐다보던 나는 도저히 그 자리에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핑계를 대고 그 자리를 떠나 남편에게 갔다.  “자기가 가서 아버님 발 주물려드려”.

이렇게 이모님들은 사사롭지만 한 번씩 나에게 시어머님처럼 대하실 때가 있다.

그래서 나는 이모님들을 볼 때마다 또 다른 시어머님을 뵙는 것 같다.      


한 번은 어머님의 칠순을 준비하던 때였다. 어머님은 간단히 친척들과 식사를 하시고 싶어 하셨지만, 작은 형님은 딸로서 손님들을 위한 답례품이며, 케이크, 칠순 용품, 뷔페 장소 등을 일일이 챙기셨다. 작은 형님은 칠순인 만큼 어머님께 기억되는 날을 만들어드리고 싶어서였나 보다.

하지만 나와 큰 형님 그런 세심한 성격이 아녔으므로 작은 형님이 하자면 하자는 대로 따랐다. 그러나 작은 형님은 본인만 신경을 쓰는 것이 불만이었나 보다. 그런데 불만을 털어놓으려면, 본인 언니에게 해야 하고 며느리인 나에게도 해야 한다. 아니 본인 동생인 남편에게 해야 한다. 하지만 작은 형님은 며느리인 나에게만 불만을 털어놓으셨다.      


작은 형님한테 전화가 걸려왔다.

작은 형님: 미선아.. 너는 엄마 칠순 어떻게 생각해?

나: 형님이 잘 준비하시고 계시지 않아요? 저는 잘 몰라서요.

작은 형님: 너는 며느리잖아!!! 답례품도 하려고 하는데?

(그놈의 며느리라는 말은 말끝마다 하시는 걸까? 나도 안다!! 내가 며느리인 줄....)

나: 형님! 어머님도 간단히 식사를 원하시는데 답례품까지 준비하시면 힘드시지 않으세요?

    그러나 형님이 원하시면 하셔야죠.

작은 형님: 너는 하고 싶은 것 없나?

나: 어머님이 원하신 대로 해드리는 게 맞는데요.  형님이 원하시면 형님이 원하시는 하세요.

      저는 형님 의견 따를게요!


작은 형님은 내가 적극적으로 해주시길 바래셨나 보다. 하지만 나는 친정엄마의 환갑에도 엄마가 원하는 대로 해드렸다. 그렇다면 시어머님의 칠순도 시어머님이 원하는 대로 해드리면 된다. 그러나 자식으로서의 생각의 차이는 있을 뿐이니 그것 또한 하고 싶은 사람이 하면 된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하면 되는 것이다. 서로 부담 주지 않고 말이다.      


그렇게 칠순 준비에 열을 올리던 작은 형님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바로 아픈 아버님께서 뷔페는 본인이 가서 먹기 힘들다고 하셨단다. 본인은 그냥 집에서 친척들과 편안하게 먹고 싶다는 것! 그런 뜻을 어머님도 받아들이셨다. 큰 형님과 나는 어머님의 뜻이니 그리고 어머님의 생일이 아니던가? 그럼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 제일 본인을 위한 길이 아니던가? 하지만 여기서 불만을 갖는 분이 계셨다.


바로 어머님의 칠순을 준비하신 작은 형님이다! 형님은 그 말을 듣고는 화를 불같이 내셨다. 본인의 노력들이 헛수고로 된 것과 집에서 하면 그에 대한 불편함 등이 이유였다. 작은 형님은 그 화를 누르지 않고 여기저기 다 토해냈다. 어머니에게도 남편에게도.... 결국 어머님은 작은 형님 때문에 맘고생을 하시고, 울기까지 하셨다. 그때 이모님들이 나타나셨다. 아무리 딸이지만 본인들의 동생을 속상하는 그 딸을 어르고 달래셨다. 그리고 직언도 하시면서 말이다. 하지만 형님은 화를 가라앉지 않으셨고, 결국 본인은 아무 준비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셨다.


그럼 누가 준비를 해야 하는가?

며느리!!! 바로 그 일은 나에게 왔다. 큰 형님도 “너희가 준비하면 안 되겠나? 너희가 준비하면 다 따를게”란 말만 남겼다.     

그렇게 남편과 나는 어머님의 칠순을 준비했다. 음식을 주문하고, 상을 차렸다. 어머님의 친인척들이 모였다. 물론 이모님들도 오셨다. 이모님들은 무슨 말을 할 때마다 “미선이가 제일 고생했다!”하셨다.      

그러던 중 남편과 마트에 갈 일이 있어 나가던 중, 작은 형님이 나의 핑크 코트를 보고는,


작은 형님: 와! 미선아, 핑크 코드를 입네!!

나: 네.. 핑크가 저한테 잘 어울려서요.

작은 형님: 어울린다고 다 입지 않는데..

큰 형님: 맞다! 대부분 검정 이런 걸 사지.

나: (대수롭지 않게) 그래요?      


그때 시어머님과 같은 이모 네 분들은 한 목소리로 작은 형님과 큰 형님에게 말씀하셨다.

“왜?? 핑크 코트가 미선한테 잘 어울리는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색깔이다. 미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 너는 왜 그러냐???”

작은 형님은 이모님들의 말에 당황해하셨다.

“와... 그냥 지나가는 말로 했는데.. 아주 잡아 먹히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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