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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추억 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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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 Jan 23. 2018

악몽

그는 내 앞에서 읊조렸지.


"나의 삶은 악몽이야. 악몽 속에 살고 있어. 무섭고, 고독하며, 아프고, 아득하지."


그리고 손에 쥐고 있던 담배를 다시 입에 물곤 깊게 빨아들이더군. 자네도 알겠지만,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네. 그 맛을 즐기는 사람과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은 어쩌면 나에게 또 다른 악몽이었을지도 모르지.


"나는 종종 이 폐부를 가득 채운 담배 연기 속을 걷는 상상을 해. 눈 앞은 옅으면서도 다리 앞은 짙은 그 연기 속을 얼마나 걸으면 끝에 다다를 수 있을까. 아득한 악몽은, 사실 거기에서 시작돼. 나는 매일 이런 악몽 속을 걷는 거야. 눈 앞은 옅지만, 다리 앞은 짙은."


그러나, 그런 그의 까맣고 큰 눈동자에 우주가 담겨 있었다는 것을 자네는 믿을 수 있겠나? 악몽을 걷는다며 자조적으로 내뱉는 그의 눈동자에는 정작 우주가 담겨 있었네.


그가 짊어진 것은 현실이었지. 무겁기만 한 그 다리로는 결코 따라갈 수 없었던 그의 우주가 어느새 악몽으로 변해있었던 것이야.


아득하고, 아프며, 고독하고, 무서운.

우주가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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