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 어쩌면 어느 여름, 어쩌면 그 사이 어느 날
돌을 하나 던져본다. 퍼져가는 물결이 썩 예쁘진 않다. 너는 참 별것에 기대를 다 거는구나, 비웃는 소리가 먼 발치에서 들리는 듯했다. 시끄러워. 똑같이 비웃어주고 싶었다.
나의 당신은 아직도 변하지 않았다. 슬슬 지겨우던 참이었다. 당신도, 당신과 함께하던 나도. 우리는 이제 우리가 아니게 되는 걸까? 우리 늘 함께 앉던 언덕에 홀로 앉고선 손을 펼쳐 손바닥으로 풀 위를 천천히 쓸어본다. 결코 부드럽지만은 않다. 자칫 베일 것만도 같다. 당신에게 나는 늘 이런 사람이었을까.
우리 저세상에선 늘 즐거울 수 있을까. 늘 서로에게 마음을 속삭일 수 있을까. 우리 늘 예쁠 수 있을까. 영원히 서로 사랑할 수 있을까.
구름, 너 참 야속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