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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추억 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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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 Jun 05.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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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울었냐, 물으니

어제부터 울었다, 했다.


언제부터 웃느냐, 물으니

이제부터 웃겠다, 했다.



머리가 텅 비었으면 좋겠다. 당신에 대한 걱정을 덜고 싶다. 나를 향한 걱정도 덜고 싶다. 머릿속 가득 자리잡고 있는 출처 모를 걱정들, 당신과 나도 모르는 새에 모조리 비워내고 싶다. 무엇을 해야 할까. 당장의 행동마저도 멈추게 만드는 이 괴로운 생각들이 모두 사라졌으면 좋겠다. 손가락을 움직이는 내가 정말 나인 걸까. 나는 왜 이런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일까. 시선이 닿는 그 한가운데, 그보다 조금 더 위. 아프다. 이것은 정말 두통일까? 지금 숨을 쉬는 이 공간이 나의 악몽 속이었으면 좋겠다. 차라리 악몽이었으면. 아 나쁜 꿈이었구나, 털고 일어날 수 있었으면.


언제부터 울었냐, 물었다. 어제부터 울었다, 했다. 어제는 언제였을까. 어제의 나에게 물었어도 아마 어제였다 대답했을 것이다. 허공에 떠 있는 느낌. 언제부터 느꼈냐, 묻는다면 어제부터 느꼈다, 했을 것이다. 나는 정말 지금을 살고 있는 것일까?


이 모든 것은 허구일지도 몰라. 지금의 나는 어쩌면 존재하지 않는 것이고, 이 모든 것은 누군가의 꿈일지도 모르지. 그저 모든 것이 나의 착각인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너 빨리 깨어나라.

너 빨리 깨어나 나를 비워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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