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을 주던 사람이
잠깐 사라진다는 건
조금
아니 많이 힘든 일이다
한 배우를 좋아하게 되었다. 무대 위에서 살아 숨 쉬는 배우. 그게 세상에서 가장 좋다는 배우. 우연히 접한 무대 위 그의 처연한 눈빛과 처절한 외침에 빠져들었고, 대사 한 마디마다 나는 느껴본 적 없는 쾌감을 절절히 맛봤다.
그가 대사 하나를 내뱉을 때마다
그가 보여주는 눈빛 속에 담긴 감정을
그가 한 걸음 내딛는 그 방향으로
나는 똑같이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영감을 주던 사람이
행복하게 웃으며
잠깐 사라진다는 건
많이
아니 조금
기쁘면서도 어쩌면 슬픈
일인 모양이다
넓은 생각의 바다를 순항하던 배 위
노 저을 힘이 나질 않는 요즈음
새벽별이 사라진 밤하늘 아래
나는 어디로 나아가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