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사랑
손톱이 잘려나갔다. 손가락 끝이 그제야 완만한 곡선을 그렸다. 형광등 빛을 반사하는 손끝을 보면서 문득 나는 나의 손가락과 사랑에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작고, 귀엽고, 뭉툭한 나의 이 사랑스러운 손끝.
그렇게 사랑에 빠진 나의 손가락으로 나에게서 등 돌린 너의 어깨를 두드린다. 아주 조심스럽게, 또 예쁘게 두드린다. 뒤돌아보는 너에게는 사실 관심이 없다. 그냥 나의 사랑스러운 손가락이 무언가에 닿아 빛나는 걸 보고 싶었을 뿐이다. 나는 너보다 이 작은 손끝을 더 사랑하니까 당연한 일이다.
나와 눈을 마주친 네가 입을 오므리는 걸 봤다. 그러다 입술이 도톰하다 못해 삐쭉 앞으로 튀어나온다. 예쁘지 않다. 나는 무심결에 그 입술 위로 나의 사랑스러운 손끝을 갖다 댄다. 그럼 네 입술도 빛이 난다. 아주 작고, 사랑스럽게 붉어진다.
보렴.
이 나의 작고 사랑스러운 손끝.
그 손끝에 닿아 빛이 나는 너를.
사랑이 번져나가는 순간을 보렴.
웃었다. 너는 비로소 내 손끝에 닿아 사랑이란 가치를 품는다. 평생 나의 손끝에 맞닿지 않으면 그 가치도 곧 죽어버릴 거야. 나는 나지막이 저주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