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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추억 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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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 Nov 19. 2020

미완

초신성

눈을 감으면 날개뼈 언저리부터 척추를 따라 깊이 묻힌다. 끝을 모르고 아주 깊숙한 심해로 밀어 넣듯 알 수 없는 힘이 온몸을 누른다. 발톱 끝까지 푹 파묻힌 후에 비로소 눈을 뜬다. 이곳은 암흑. 그러나 지독하리만치 다정한 암흑은 야속하게도 무례한 침입자를 외면할 줄 모른다. 고고하던 속눈썹도 제 사이사이로 침투하는 무척 얇고 얇은 암흑에게 결국 곁을 내어주고 만다.


나는 내 어미의 배를 가르고 나오기 전의 일상을 그리듯 상상해본다. 그곳도 지금 이 밤의 외로움과 별반 다르지 않았으리라. 무조건적인 사랑의 증거로 끊임없이 어미가 보내는 양분이 암흑 속에서 전부였으리라. 주체하기 힘든 외로움과 그리움을 단번에 쏟아내고 새까맣게 잊는 상황의 반복. 지금과 그때가 사실 별반 없다며 상상의 나래를 접는다.


그때도 고개를 주억거리는 나의 의미 없는 행동을 어미는 알았을까? 지금 고개를 주억거리는 나의 행동은 누가 알까?


눈을 다시금 떠도 별 하나 보이지 않는 밤. 저 너머 유리창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이 아주 작고 작아서, 나는 매일 밤이면 그를 불현듯 별이라 인지한다. 그리고 그 별에 의지해 늘 상상을 한다. 나는 암흑 속에서 작은 별의 신성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보다 더 붉게 타오르다 이내 푹 꺼지는 그런 신성.


나는 암흑에 스러지는 불꽃이 되고 싶지 아니하므로 신성을 기다렸다. 폭발을 마주하지 않으면 나의 불꽃은 아름답게 피어나는 일 없이 그대로 암흑에 잠식된다 생각했다. 그렇게 나의 별을 향해 매일 밤 손을 뻗었다. 자연스레 비정한 유리 너머로 팔을 더 뻗어 저 별을 터트리고 싶다는 일념에 사로잡힌다.


내 어미의 뱃속에서 반복하던 일상을 마무리한 그 과거에 과연 나는 무엇을 깨달았을까? 나의 폭발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유리창을 톡톡 두드린다. 저 너머의 별은 나와의 일방적인 약속에 응답할 줄 모른다. 쏟아지는 빗소리에 신성은 여전히 아득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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