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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추억 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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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 Oct 09. 2015

- 그래서…….
- …….
- 이젠 괜찮은 거니?
- 네, 그럼요. 괜찮아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찻잔을 다시 한 번 그러쥐었다. 따뜻한 애플티. 달큰하면서도 어딘가 시큼하기도 한 향이 입 안에 고르게 퍼져나간다. 2년. 내가 집을 비운 2년 동안 변한 것이라고는 어머니의 이마에 생긴 주름 하나 정도일까. 삐걱대는 마룻바닥에 앉으면 졸졸, 작은 물레방아가 돌아가며 물소리가 내는 정원이 보인다. 그리고 시선을 옆으로 돌리면 낡은 책들이 한가득 꽂혀 있는 책장과 그 옆에 난 복도를 따라 살며시 보이는 부엌. 오랜만에 찾은 집은 여전히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 다행이구나.
- …….
- 정말, 다행이야.

손에 꼭 쥐고 있는 손수건이 안쓰러울 정도로 어머니는 온 신경이 손 끝에 곤두서 있는 듯했다. 그러고 보니 어머니의 주름만큼이나 움켜쥔 그 손가락 사이사이로 숨 막히게 구겨들어간 손수건의 색이 조금 더 바랜 것도 같다.

- 그럼 이제…….
- 다신 그럴 일 없어요. 염려 놓으세요.
- ……. 그래.
- 다, 괜찮아요. 이젠.

잔을 내려놓고 마주치며 얽힌 시선 사이로, 나는 암묵적으로 맹세를 하는 듯했다. 괜찮아질 거예요.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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