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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추억 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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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 Oct 17. 2015

다가오다

선선한 가을날, 스피커 속에서 흘러나와 카페 안을 가득 메우는 노랫소리가 귓가를 간질이던 참이었다. 마주한 두 눈동자는 변함없이 까맣기만 했다.


- 내가 너에게 너무 가벼운 사람처럼 보이는 것 같아. 난 아무에게나 그러는 사람 아닌데.


종종 매가리 없는 단어들이 모인 문장이 무겁게 다가와 마음을 두드릴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꼭 배를 간질이는 느낌이 난다. 목구멍 바로 너머를 살짝 쥐었다 놓듯 말문이 막히곤 한다. 오늘이 꼭 그랬다. 평소에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하는 나라도 도리어 이런 직접적인 표현에는 늘 당황한다.


- 네가 가벼운 사람처럼 보이는 게 아니야.


빨대를 만지작 거리는 손끝이 조금씩 아려오기 시작했다. 그와 비슷한 속도로 다시 배 언저리가 가벼워지고, 숨이 조금씩 막혔다 트이기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 내가 널 잘 알지 못해 무겁게 대할 수 없어서 가볍게 보는 것뿐이야.


하지만 날 바라보는 두 눈동자는 여전히 까맣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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