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특별한 하루는?

<원 데이> 리뷰

by mockingJ

좋은 감정을 경험했던 특별한 하루는 정확한 날짜를 기억하긴 어렵지만 쉽게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특히 그것이 오래전 일이라면 더욱 그렇다. 인상에 남는 작품들에 관한 기억은 언제나 영화관에서 시작한다. 그 감정을 잊고 싶지 않아 당시엔 N차 상영으로 아쉬움을 달래 보지만 다른 작품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었다. 최근 극장가엔 재개봉작들이 많아졌다. 개봉 당시 극장에서 보지 못했던 작품을 보는 이들에게나 그때의 감정을 다시 느끼고 싶어 하는 이들 모두에게 좋은 기회라는 것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나 역시 그날의 기억을 찾으러 다시 영화관을 찾고 있다.

1988년 7월 15일 ‘성 스위든 날’ 바람둥이 덱스터에게 호감이 있던 엠마(앤 해서웨이)는 그를 집으로 초대한다. 기대에 들떠 거사 준비를 마치고 방에 들어선 엠마는 떠날 준비하던 덱스터(짐 스터게스)를 마주하고 그에게 실망하고 만다. 뜨거웠던 분위기는 한순간에 증발하고 말았지만, 그 날의 사건 이후 둘은 절친한 친구로 지내며 각자의 꿈을 좇기 시작한다. 작가를 준비하는 동시에 생계를 유지해야 되는 엠마와 반대로 승승장구하는 덱스터. 이때부터 시간이 지날수록 변해가는 서로의 입장처럼 영원히 변치 않을 거 같던 그들의 관계는 점점 변해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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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 속의 이야기

론 셰르픽 감독은 우리 삶에서 착각으로 인해 흔히 발생하는 실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고등학생이었던 제니(캐리 멀리건)가 연상인 데이비드(피터 사스가드)을 만나 어른들의 세상을 경험하고 자신이 어른이 되었다는 착각을 그린 <언 에듀케이션>, 유구한 역사를 지닌 비밀집회를 통해 현실 속 초라한 자신을 잊고 살아가는 <라이엇 클럽>의 인물들이 그랬다. 그녀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착각에 빠져 길을 잃고 헤매지만, 결론에 도달했을 땐 자신만의 방식으로 틀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여준다. <원데이>에서 엠마와 덱스터 또한 그들의 착각 속에서 친구와 연인을 번복한다. 하지만 무모하고 순진했던 학생들의 시선을 활용한 두 작품과 달리 <원데이>의 엠마와 덱스터는 순진했던 학창 시절로 시작해 고된 현실을 가로지르며 어른이 돼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어 우리에게 더 와 닿는 이야기가 되었다. 23년 동안 이어진 그들의 관계를 보여주는 방식 또한 흥미로운 지점을 발견할 수 있다. 엠마와 덱스터의 관계는 7월 15일, 단 하루에 일어났던 사건들의 몽타주로 그려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긴 시간의 간극을 느끼지 못할 정도의 자연스러운 화법으로 유려한 전개를 보여준다.

낭만의 빗줄기

<원데이>는 “7월 15일, 이 날에 만약 비가 온다면 40일 동안 비가 올 것이고, 반대로 맑으면 40일 동안 맑은 날씨가 된다”라고 알려진 ‘성 스위든 날’의 설화를 담고 있다. 여기서 비는 내리기 전과 후의 세상은 절대 같을 수 없다는 변화를 상징하며 엠마와 덱스터의 관계를 표현하고 있다.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수많은 로맨스 영화에서도 이와 비슷한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 <어바웃 타임> 메리(레이첼 맥아담스)와 팀(도널 글리슨)의 결혼식, <노트북> 노아(라이언 고슬링)와 앨리(레이첼 맥아담스)의 재회, 그리고 <사랑은 비를 타고>에서 리나(진 헤이건)와의 문제를 해결하고 빗속을 춤추는 돈(진 켈리) 등이 그렇다. 위 작품들의 비 내리는 장면은 너무 유명해 널리 알려진 것들이 많다. 하지만 <원데이>는 비에 대한 설화로 시작된 이야기임에도 인상 남는 장면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이 작품의 비는 마치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는 듯이 잔잔하게 내리며, 눈치채지 못하는 순간 변해있는 인물들 간의 관계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 변화에는 동전의 양면처럼 긍・부정의 이미지가 함께해 보다 우리와 가까운 이야기라는 것을 실감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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