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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라키 Nov 11. 2020

어깨에 힘 빼기

힘 빼기가 필요하다. 몸도 마음도.

"어깨에 힘 좀 빼세요"

주말에 운동을 갈 때마다 자주 듣는 말이다.

자세 교정을 위해 운동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고 확인해왔기 때문에 내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는 건 오래전부터 알고는 있었다. 어깨가 안 좋아지는데도 한몫했을 거다.


그동안 어깨에 힘을 빼기 위해 노력을 안 해본 건 아니다. 강습이 끝나면 혼자 쉬운 루트를 수없이 반복하면서 어떻게 해야 어깨에 힘이 덜 들어가는지 연습을 해왔다. 하지만 팔로 매달린 상태에서 어깨에 힘을 뺀다는 게 도통 느낌이 오지 않았다. 그리고 어김없이 이번 주도 강습을 받다가 한 소리를 들었다.


"어차피 연습이잖아요. 떨어지면 어때요. 어깨에 힘 좀 빼고 하세요."


그 말을 듣고 문득 생각이 들었다. "떨어져도 되는구나." 그래서 웬만한 높이에서 떨어져도 아프지 않을 두툼한 매트리스가 바닥에 넓게 깔려있었다.


강습이 끝나고 한동안 가만히 앉아서 다른 사람들이 하는 모습을 구경하면서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 클라이밍은 시작하면 떨어지지 않고 마지막 홀드를 두 손으로 잡고 내려와야 성공이다. 작은 홀드를 잡고 디딘 상태에서 버텨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적은 힘으로 매달리고 움직이는 것이 핵심이고 그러기 위한 기술들을 익힌다. 그런데 욕심이 과해지면 몸이 긴장을 하면서 자세가 무너지고 버티기 위해 과도하게 힘이 들어가게 된다. 잘하기 위한 마음이 오히려 방해가 되고 있었다.


사실 클라이밍뿐 아니라 모든 운동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힘 빼기는 필수적이다. 골프의 스윙에서도 복싱의 펀치에서도 야구의 배팅에서도, 심지어 팔을 쓰지 않는 등산에서 조차 잘하기 위해서는 어깨에 힘을 빼야 한다. 힘을 뺀다는 건 힘을 전혀 주지 않는 것과는 다르다. 필요한 순간 필요한 곳에 집중해서 힘을 주기 위해 불필요한 곳에 힘을 빼는 것이다.


얼마 전부터 요가를 배우기 시작했다. 기존에 생각했던 것과는 아주 많이 달랐다. 명상이나 스트레칭 정도로 생각했는데 막상 직접 해보니 어지간한 운동보다 힘이 많이 든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요가는 힘을 빼는 방법을 수련하는 운동이다. 요가의 동작 중에는 몸을 접거나 비트는 동작들이 많다. 처음 하다 보면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더 하기 위해 몸에 힘을 준다. 힘만 더 들고 진전은 없다. 하지만 한 호흡씩 가다듬고 몸에 힘을 빼다 보면 오히려 몸에 여유 공간이 생긴다. 그리고 나면 힘을 많이 주지 않아도 자연스레 더 유연해져 있다. 마찬가지로 힘을 제대로 주려면 먼저 힘을 뺄 필요가 있는 것이다.


어깨에 힘을 뺀다는 건 과한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힘 빼기는 일상 속에서도 중요하다. 언젠가 몸도 마음도 너무 긴장하고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래서 비우기와 내려놓기를 해보자고 마음을 먹었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항상 마음의 여유를 갖기란 몸에서 힘을 빼는 것 이상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올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근에 다시 책을 펴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 선택한 책은 한수희 작가의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오래오래 좋아하기 위해)'이다. 제목처럼 오래가기 위해 무리하지 않는 삶을 사는 자신의 이야기를 에세이로 만들었다. 어찌 보면 힘 빼기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는 책의 내용 중 일부다.

(… 중략…) 한계가 극복이 아닌 다룸의 대상이라는 말은 한계를 수동적이고 체념적으로 받아들이라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한계가 다룸의 대상이 될 때 사람은 무리하지 않으면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은 사람마다 재능이 다른 만큼이나 한계도 다르다는 사실이고, 각자가 그 한계를 아는 것이 자기를 파괴하지 않기 위해 중요하다는 점이다.
(이건 다른 책에 나온 내용을 작가가 언급한 내용이다.)
잠은 충분히 자고, 욕심부리지 않고 하루에 중요한 일 두어 가지만 처리하며, 마감일은 스스로 이틀 정도 앞당겨둔다. 오늘 다 끝내고 내일은 노는 게 아니라, 오늘도 즐겁게 일하고 내일도 즐겁게 일하는 시스템을 만든다. (… 중략…)
쓸데없이 애쓰지 않는다. 내 한계를 받아들인다. 내 페이스를 유지한다. 뭐든 천천히. 꾸준히 해나간다. 한 번에 한 걸음씩 옮기면 어려울 것은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무리하지 않는 것이다.

글을 쓰다 보니 요즘 너무 힘을 주어 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다시 들었다. 몸에도 마음에도 여러모로 힘을 뺄 필요성이 많이 느껴진다.


- 이전 블로그에서 옮긴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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