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뭔가를 하다 보면 있어 '왜(Why)'라는 질문이 떠오를 때가 있다.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아주 중요한 순간이다.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스스로 수긍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내지 못하면 지속할 힘은 사라지고 의욕은 금세 줄어들기 때문이다. 물론 그 답이 화려하거나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된다. 그저 "재밌으니까"와 같은 쉽고 단순한 한 가지만 있어도 된다. 하지만 생각보다 그 답을 찾기란 쉽지 않다.
몇 주 전 글을 쓰다가 문득 "왜 쓰는 걸까?" 하는 질문이 나타나 머릿속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고는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는다. 아직 납득할 만한 답을 찾아내지 못했다는 증거다. 다행히 글을 쓰면서 좋았던 몇 가지가 떠올랐다. 그중에 답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중에서 가장 뚜렷했던 건 생각의 정리였다.
성격상 생각이 많다 보니 쓸데가 있든 없든 한 번 시작된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나면 과정은 뒤죽박죽인 채 시작과 끝만 남는 경우가 많았다. 또 가끔은 생각의 갈래가 많아져 끝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여러 갈래를 따라서 계속 왔다 갔다 하다 보면 미로에서 다시 왔던 길을 기억하지 못하고 헤매는 것처럼 생각의 길에서도 헤매게 된다.
그런데 글로 옮기다 보면 그 과정이 정리되고 기록으로 남는다. 헤매던 생각이 길을 찾고 끝에 도달한다. 물론 열심히 헤매다 미로의 끝에서 나가는 문을 찾았지만 내가 찾던 문이 아닌 것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의미가 있었다.
누군가 메모를 하는 이유는 그 메모를 다시 보지 않기 위해서라고 했다. 글을 쓰는 것도 비슷한 것 같다. 생각을 글로 옮기고 나면 머릿속에만 있을 때 보다 명확해지고 머릿속에 견고하게 자리 잡는다. 헤매는 과정을 다시 거치지 않아도 된다. 지난 글들을 다시 볼 때면 낯설긴 하지만 다른 어떤 글 보다 자연스레 읽히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 같다.
몇 번의 시도의 끝에 작가가 되어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정확히 두 달이 지났다. 나름 매주 꾸준히 쓴다고 써왔지만 아직도 쓰기는 어렵고, 쓰기 위해 모아둔 주제들은 쌓여 있지만 시작은 여전히 막막하다. 익숙해지기는 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더 어려워지는 것 같기도 하다. 글도 아직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아마 이 모든 것이 아직 '왜'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분명 글을 쓰고 싶고, 무엇보다 잘 쓰고 싶다. 하지만 '왜' 글을 쓰고, '어떤' 글을 쓰고 싶은 것일까?
언젠가 책 한 권 내보고 싶은 욕심도 있다. 하지만 그 또한 '왜?'에 대해 답하기는 어렵다.
독서의 의미가 읽는 과정에 있듯 쓰는 이유도 쓰는 과정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그 답을 찾기 위해 쓰고 있는 것일까? 여러 가지 의문이 계속해서 떠오른다.
꾸준히 쓰다 보면 언젠가 답을 찾고 당연한 다른 무언가들처럼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겠지 하는 희망을 가지면서 또 글을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