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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라키 Dec 28. 2020

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매번 하는 다짐

"네가 세상에 태어날 때 너는 울었지만 세상은 기뻐했으니, 네가 죽을 때 세상은 울어도 너는 기뻐할 수 있도록 그런 삶을 살아라."

행복과 불행이 이어져 있듯 삶과 죽음도 언제나 함께한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쉽사리 받아들이기엔 어렵고 왠지 모르게 외면하게 되는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는 보편적인 진리. 생각만으로도 경건해지고 내뱉기에는 너무나 조심스러워 조금은 거리를 두고 싶어 지는 단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론 기억하고 떠올리며 살아가야만 하는 '죽음'. 이 멀고도 가까운 죽음을 통해 삶을 다시 한번 바라보게 만드는 말이 바로 Memento mori(메멘토 모리)다.


'죽음을 기억하라'는 의미를 가진 이 라틴어는 로마의 개선장군에게 지금의 승리로 오만하지 말고 겸손하라는 경고의 의미로 외치던 말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또한 중세 유럽에서는 수도승들이 죽음을 기억하며 자신의 신앙을 되돌아보기 위해 서로에게 건네던 인사이기도 했다. 죽음 앞에서는 욕망이든 원망이든 그 어떤 것도 대수롭지 않기에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하는 수도승들에게는 너무나 중요한 말이 아니었을까.


감히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이 분명 누군가에게는 매우 어렵고도 불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태어난 순간 죽음은 시작된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우리는 살아감과 동시에 죽어간다. 즉 삶이 곧 죽음이기에 마냥 외면할 수만은 없다. 하지만 죽음을 인식한다는 것이 어차피 떨어질 마지막 잎새만을 바라보며 기다리는 수동적 니힐리즘의 삶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죽음에서 오는 그 불안을 통해 삶의 소중함을 느끼고, 오히려 죽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더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호라티우스의 Carpe diem(현재를 잡아라)이나 니체의 Amor fati(운명을 사랑하라)가 메멘토 모리와 함께 언급되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이들 모두는 영원할 것 같지만 결국 삶의 그 끝에는 죽음이 있음을 인식하고, 인간의 무한하지 않은 삶에서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겸손함을 잊지 않는 삶의 태도를 일깨워 준다. 죽음이 없는 삶은 없기에 현재에 충실하고 후회하지 않을 주최적인 삶을 살아가기를 당부한다.


오래전부터 인생의 좌우명으로 여기며 살았던 'Memento mori' 였기 때문에 필요한 순간이면 언제나 먼저 떠올랐다. 뒤를 돌아볼 수밖에 없는 요즘 같은 시기에는 더욱 그렇다. 과연 난 죽음에 맞서 후회하지 않을 만한 삶을 살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아직까지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아쉬움이 남아 있는 걸 보니 그렇지는 못한 듯하다. 때로 농담처럼 던지는 영원히 살고 싶다는 말에 담긴 어느 정도의 진심도 약간은 이를 대변하는 듯하다.


지나간 과거는 다시 오지 않고 어제와 같은 무언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결국 우리에겐 지금 뿐이고 당장 행복해야 할 이유가 분명한데도 가질 수 없는 것을 갖기 위해, 피할 수 없는 것을 피하기 위해, 오지 않을 내일을 위해 얼마나 많은 지금을 소비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반성도 하게 된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또 금세 잊고 뒤를 돌아보는 그 어느 순간 후회를 하고 있을 것도 알고 있지만, 한 해가 끝나가고 곧 새로운 시작이 오기를 기다리는 지금. 매번 하는 똑같은 다짐을 한번 더 해본다.


어제 보다는 나은 내가 되기를,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그리던 소중한 내일을 후회 없이 보내기를, 더 이상 죽음이 두렵지 않은 그런 삶을 만들어 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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