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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라키 Jan 11. 2021

멋지게 나이 들기

그새 또 일 년이 지나고 새로운 한 해의 시작, 어느덧 내 나이도 삼십 대가 꺾여가는 지점에 와있다. 숫자에 불과하다고는 해도 아직 오지 않은 누군가에게는 한 없이 많고 뭔가를 시작하기엔 늦어 보이기도 할 테고, 먼저 지나간 누군가에게는 아직도 한창이고 마냥 부러운 게 나이다. 아무런 노력 없이 가만히 있어도 쉽게 얻어지는 나이지만 그에 비해 멋지게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어릴 때 난 나이가 들면 저절로 어른이 될 줄 알았다. 어느 드라마의 주인공들처럼 솔직하고 쿨내 넘치는, 지금의 내 고민들은 별것 아니라며 한 방에 다 정리를 해줄 것 같은 그런 멋들어진 어른. 하지만 매번 새로운 나이를 맞이할 때마다 기대했던 그 나이의 어른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숨어있던 아이의 모습이 종종 나타나곤 했다. 아무리 숫자가 늘어나고 경험이 쌓여도 매번 많은 것이 새롭고 어설펐으며 같은 실수를 또 반복하고 지난 일을 아쉬워했다.(어쨌든 이 나이로는 처음 살아보는 거니까 하는 핑계가 떠오른다) 사실 어떤 게 어른인지 정확한 기준이 있겠냐만은 한 가지 확실히 깨달은 건 나이만 든다고 그런 어른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원래 그렇기도 했지만 이제는 스쳐가는 유행에 민감하지도 어린 아이돌에 열광하지도 않는다. 요즘은 오히려 품위 있게 나이 든 연예인 들을 보며 부러움을 느낀다. 나이가 들 수록 아는 건 점점 많아지고 생각은 좁아지기 마련이다. 오히려 잘못하다가는 젊은 꼰대가 되기 십상인 요즘, 나 보다 훨씬 이전부터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열려있는 생각과 가치관, 주름 가득하지만 온화한 미소를 품고 있는 얼굴과 친근하면서도 기품 있는 말투와 목소리,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는 외모와 적당히 잘 어울리는 패션센스까지.


나에게 ‘멋지게 나이 들어가는 일’은 그저...... 원래 멋졌던 사람이 나이가 들면, 그게 바로 멋지게 나이 들어가는 일인데.


어느 작가의 말처럼, 멋지게 나이 든다는 것은 나중에 노력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닐 것이다. 비결은 그저 지금부터 멋지게 살아가는 것, 그게 전부일지도 모른다.


매번 해가 바뀌면 새로운 무언가를 기대하며 목표를 정하고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결국에 가서는 그나마 이만큼이라도 다행이라며 시간을 핑계로 위안을 삼고,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에 다시 또 반복해서 목록을 채워만 간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해야 할 것들은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계속 생겨나고 우선순위는 뒤바뀐다. 해야만 하는 일이나 정말 하고 싶은 일이라면 어차피 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올해는 형식적인 목록 작성 대신 어떻게 살지에 대해 생각해본다.


어른 답기, 나답기, 멋들어지게 나이 들기.


아직도 내 기준엔 청춘이고 한창이긴 하지만, 채 두 자리를 넘기기 어려운데 늘어나는 속도는 점점 빨라진다는 노래 가사가 점점 더 와 닿는 나이이기도 하다. 언젠가 나도 시간이 지난 뒤에 잘 나이 들었구나 할 수 있는 멋진 어른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https://youtu.be/TAfITcsgheI

<윤종신 -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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