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일이다. 결혼식을 가기 위해 오랜만에 꺼내 입은 정장을 다시 고이 보관하기 위해 드라이클리닝을 맡겼다. 그동안 묵혀뒀던 다른 아이들도 함께 챙겨 가져 갔다. 세탁소를 가는 일이 많지 않다 보니 보통은 가격이 얼마나 하는지 예상이 불가능하다. 그저 맡기고 불러주는 가격을 지불할 뿐이다. 이번에도 옷을 찾으면서 가격을 물어봤다.
"어라??"
이번엔 뭔가 달랐다. 분명 몇 달 전에도 비슷하게 맡긴 일이 있었는데 어림잡아 계산해도 그때와는 가격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 순간 움찔했지만 그래 봤자 하는 생각에 말없이 계산을 했다. 가격표가 있는 것도 아니고 큰 차이라고 해도 1~2만 원 정도의 금액이었다. 요즘 같은 시기니까... 하는 생각으로 스스로 이해를 시키고 지나갔다.
생각해보면 난 어렸을 때부터 그냥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면서 적당한 손해는 그냥 받아들이고 살았다. 누가 길을 물어보면 모른다고 하면 될 것을 기어코 찾아서 알려주다 정작 내 시간은 놓쳐버리리도 하고, 이 정도면 정말 싸다 싶을 정도로 올린 중고 거래 가격을 온갖 이유를 붙여가며 깎아달라는 말에 알겠다며 네고를 해주기도 한다.(사실 이 정도는 상대적으로 아주 가벼운 것들이다.) 그냥 착한 게 좋은가 보다 생각하면서 거절 못하고 남한테 싫은 소리 못하다가 혼자 속앓이도 종종 한 적도 있지만, 솔직히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선에서는 그냥 그렇게 적당히 넘어가는 게 내 맘이 편하기도 했다.
물론 세상이 내 생각처럼 그렇게 친절하지도 호락호락하지만도 않은 건 사실이다. 친절과 믿음이 배신이나 사기로 돌아오기도 하고, 계속되는 호의를 권리인 줄 알고서 부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요즘 말로 선을 넘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다.
이제는 나이도 들고 경험도 쌓이다 보니 허용하는 선이 있다. 물론 아직도 어느 정도가 적절한지는 모르겠다마는, 선도 긋고 적당히 싫은 소리도 하고 할 말도 한다. 그러면 사실 편하고 좋기도 하지만 마음 한 편으로는 불편함이 계속 남아있는 경우도 많다. 어렵게 한 부탁을 거절한 것은 아닌지, 괜한 말로 상처를 주진 않았는지,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한 것은 아닌지, 시간이 지나고 나서도 계속 떠오르고 신경을 쓰게 된다.
그럴 때마다 뭐든 참 쉽지 않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사람이 쉽게 바뀌지 않으니 앞으로도 난 이렇게 살아가야 할 테지만은 작은 바람이 있다면, 이왕이면 상처를 주는 쪽 보다는 감당할 수 있는 충분히 강한 호구로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런 세상과 호구들을 많이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