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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라키 May 09. 2021

일요일의 사바아사나

요가를 시작한 지도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다. 코로나로 중간중간 쉬어가긴 했지만 그래도 꾸준히 한 덕분에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눈치로 겨우겨우 따라 하던 새내기 티는 벗어났다. 아직은 안 되는 동작들이 많고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시작하고 조금만 지나도 온 몸에서 땀은 줄줄 흐르고, 되지 않는 아사나들을 겨우겨우 흉내 내고 있노라면 몸은 덜덜 떨린다. (그래도 이제는 그런 것조차 나름의 매력이다.)


그중 개인적으로 힘든 아사나를 뽑아 보자면 '나바 아사나'와 '우르드바 다누라 아사나'이다. 아예 안되면 차선이라도 택하겠다마는 이 둘은 어찌 되긴 하는데 지속하기가 너무나 어려운 자세들이다. 나바 아사나는 엉덩이만 바닥에 대고 팔과 다리를 모두 앞으로 들어 올려 버텨야 하는데 어렸을 적 기합을 받던 추억을 소환시켜 주는 자세이기도 하다.(실제로 초등학교 때 단체 기합을 받으면 일명 '공포의 나룻배'라고 불리던 자세를 취하곤 했는데 그게 딱 나바 아사나와 동일하다.) 우르드바 다누라는 후굴이라 불리는, 거꾸로 된 활 모양을 만드는 자세다. 강사님이 둘 다 몸에 그렇게 좋은 자세라고 극찬을 하면서 끝난 줄 알았던 아사나를 한 세트 더 진행하거나 마지막 카운트를 길게 끌 때면 그 잠깐이 그렇게 힘들 수가 없다. 

왼쪽이 <나바 아사나>, 오른쪽이 <우르드바 다누라 아사나>이다.


이렇게 힘든 아사나들의 끝에는 항상 '사바 아사나'가 기다린다. 일명 송장 자세라고 불리는 이 아사나는 '완벽한 쉼'을 의미한다. 그저 누워있기만 하면 될 것 같은 아사나를 의외로 완벽하게 취하기가 어려웠다고 하면 해보지 않은 사람이 보기에는 의아해할지도 모르겠다. 불을 끄고 눈을 감은 상태에서 아무런 움직임 없이 가만히 누워있는다. 그리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아야 한다.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잠시 방심하고 누워있다 보면 시작을 알 수 없는 온갖 생각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괜히 그냥 쉬지 않고 아사나에 포함되어있는 이유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여러 번 했던 것 같다. 


익숙해진 지금은 이 시간을 위해 요가를 하는 게 아닐까 할 정도로 편안함을 느낀다. 가만히 누워있으면 우주 한가운데 혼자 붕 떠있는 기분이 든다. 시간상 오랜 시간을 사용하지는 못하지만 이 몇 분이 지나고 나면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다. 그 힘들었던 수련의 시간을 모두 보상하고도 남을 정도의 개운함과 상쾌함이 든다. 아마 요가를 하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난 일요일 저녁이면 가끔 사바 아사나를 한다. 컴퓨터도 스마트폰도 잠시 멀리 치워두고 눈을 감은채 가만히 누워본다. 그 날의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이내 아무런 느낌도 생각도 없는 상태가 된다. 때에 따라서는 눈을 뜨면 꽤 오랜 시간이 흘러있기도 한다.


아마 나를 포함한 많은 현대인들이 주말이라고는 해도 역시나 알 수 없는 잡생각과 걱정들로 머릿속을 비워두질 않고 쉬는 게 쉬는 것 같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아니 어쩌면 오히려 쉰다는 것이 더 불안한 상태일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런 생각이 든다면 사바 아사나를 추천한다. 처음부터 쉽지는 않을 수 있겠지만 일단 한 번 눈을 감고 최대한 편안한 자세로 누워 천천히 호흡을 내쉬어 보자.


제대로 된 쉼 없이 바쁘게 지나온 한 주를 잠시 내려놓고 그 시간만큼은 편안히, 충분히 그리고 완전히 쉬어 갈 수 있기를 바란다. 나마스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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