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에세이 <설레는 건 많을수록 좋아>
코로나로 여행을 가지 못해 대리 만족이라도 하자는 그런 마음으로 고른 책은 아니었다. 여행 관련 책들을 잘 읽는 편도 아니다. 여행에 대한 갈망은 항상 있었지만 애초에 그렇게 여행을 자주 다니지 않는, 아니 거의 다니지 않기 때문이다. 단지 자유분방해 보이는 표지와 제목 그리고 잠깐 읽었을 때 보였던 95년생이라는 어린(나보다는) 작가의 생각들이 궁금했다. 요즘 읽었던 책들은 다 나보다 많은 인생을 살아간 어르신(?)들의 책이었기 때문에.
왜 여행을 떠나게 되었는지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서 여러 나라를 돌며 보고 듣고 경험한 것들을 담백하고 유쾌하게 풀어낸다. 단지 경험이나 사실에 대한 나열이 아니라 그것들을 자신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들었던 생각들을 화려하지 않지만 솔직하게 더해줬다. 그러다 보니 읽을수록 그 여행지에 가보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작가의 경험과 그 과정에서의 생각이 재미나고 궁금해졌다. 애초에 책을 골랐던 의도와 잘 맞아서인지 페이지도 빠르게 넘어갔다.
여러 나라를 다녀오고 나서 쓴 여행 에세이지만,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정작 마지막의 한국에서의 내용들이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왠지 모르게 돌아가서 그 부분만 몇 번을 다시 읽었던 것 같다. 좋아서 시작했지만 결국 왜?라는 질문을 마주하면서 찾아온 슬럼프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떠난 국토대장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린 나름의 깨달음까지.
"사장님은 왜 이런 곳에서 사세요?"
"여기가 뭐 어때서?"
"불편하잖아요."
"나는 불편한 게 좋아."
"불편한 게 왜 좋아요?"
"안 불편하려면 무조건 해내야 하잖아. 그것도 빨리."
"..."
"넌 그게 좋아?"
말문이 막혔다. 그런데 머릿속은 뻥 하고 뚫렸다. 그동안 나를 답답하게 만들었던 무언가가 쑥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나는 왜 무조건 해내려고만 했을까. 왜 뭐든지 해결 방안을 찾으려고 했을까.
- 본문 <해내야지 말고, 하고 싶다는 마음> 중 -
작가는 자신의 슬럼프를 이렇게 표현한다. 인생이라는 여행 속에서 어딘가로 나아가는 도중 멀미를 한 게 아닐까 하고. 방향성을 잃게 하고, 똑바로 서 있을 힘조차 잃어버리게 만드는 멀미지만 결국은 여행을 통해 극복하는 방법을 깨달았고 다시 여행을 이어간다. '해야 한다' 보다는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각자 다르지만 오랜 여행을 하고 있는 우리들도 때때로 멀미를 경험한다. 잠깐 어지럽고 사라질 가벼운 멀미 일 수도 있고, 어떨 때는 몇 날 며칠 꽤나 오랜 시간을 앓아누울 정도로 힘든 멀미가 우리를 괴롭힐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럴수록 떠올려보자. 순탄하기만 한 여행은 재미가 없고 어떤 멀미도 결국은 그치게 마련이라는 것을. 그러고 나면 우리는 조금은 더 여행에 익숙해져 있을 것이고 그렇게 다시 또 여행을 이어나갈 것이라는 것을.